'김홍일 동정문건 유출파문'은 법원이 명쾌한 해답을 내는 바람에 결국 경찰이 성급하게 과잉수사를 했다는게 증명된 셈이다. 경찰은 이 문건을 작성한 제주경찰정보형사와 한나라당 지부간부 등 2명에 대해 공무상 기밀누설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판례까지 들어 김홍일 의원의 제주 휴가일정 그 자체가 기밀이 될 수 없다고 단정, 기각함으로써 이 사건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 여당쪽에선 야당의 주문생산 문건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 결말은 더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 경찰이 과연 이성적이고 주체적으로 움직였나에 강한 회의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김홍일 의원의 동정'이 '공무상 기밀'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좀더 꼼꼼하게 따져 봤더라면 이번 사태는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 법이전에 대통령 아들의 제주휴가 일정이 공무상 비밀인지 아닌지 그건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결국 경찰의 긴급체포, 구속영장신청, 야당당사수색 등 일련의 행위는 경찰이 자의로 했다기 보다 서슬 시퍼렇게 추궁하는 여당의 위세에 눌려 피동적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찰은 국민의 경찰이지 여당의 경찰도 야당의 경찰도 아니다. 자유당 시절에나 있을법한 일이 민주정권이라 자부하는 이 시점에서 일어났다는 그 자체가 경찰로서는 깊이 반성해봐야 할 일이다.
더욱이 제주경찰청장의 발언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야당의원들의 질문엔 '주문생산 문건일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가 여당의원들의 추궁엔 '외부주문일 수도 있다'고 한건 이 사건에 임하는 '경찰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일러주는 대목이다. 왜 경찰이 정쟁(政爭)에 휘둘리는가. 가깝게는 10.25재.보선, 멀게는 내년 대선까지 노려 이전투구하는 그 정치판에 경찰이 그들의 주문대로 움직이는가 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대오각성이 있어야 하고 민생치안에나 전념해야 하며 검찰은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수사에나 진력해 '시비의 본질'을 캐내 잠재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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