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대구 소년분류심사원 생활관. 방마다 2명의 청소년들이 눈을 감은 채 명상에 빠져들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나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과거에 나는 왜 방황했는지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지도 교사들은 자세를 흐트리거나 딴 생각을 하는 기미가 보이는 청소년들에겐 사정없이 호통을 쳤다.
노랗게 혹은 붉게 머리를 물들이고 귀걸이며 목걸이며 주렁주렁 매단 모습. 이들은 비행을 저질러 분류심사원에 수용된 청소년이 아니라 24일까지 이틀 동안 체험 교육을 받으러 온 17명의 경주 화랑고 학생들이다.
오전 9시30분부터 강의와 교육, 수련 등이 빡빡하게 이어졌지만 학생들의 얼굴엔 긴장이 가득했다. 분류심사원이 와서는 안 될 교정 시설이란 거부감도 어느새 잊은 표정이었다. 함께 온 화랑고 이정환 교사는 "교정 시설을 직접 보고 몸으로 체험하면서 웃음기마저 사라진 걸 보니 평소 자유롭게 생활해온 학생들에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체험은 대구 소년분류심사원이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축적해온 진단.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일반 청소년으로 확대시킨 첫 사업. 공공기관에서 실시하는 대안교육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조복전 원장은 "진단.치료 뿐만 아니라 청소년 비행 예방을 위한 사회 교육에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면서 "경주 화랑고에 이어 상주 성신여중, 대구 모 고교 등 참가하려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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