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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마지막 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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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이 비워지고 있다. 머지않아 기러기들이 북국에서의 그 모든 우여곡절을 떼기장치고 더운 삶 시린 사랑을 찾아 푸른 문장의 시를 읽으며 돌아올 것이다.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땅에 온몸으로 살아가는 기러기 떼가 돌아오면 나는 그들의 배후가 되고 싶다. 기러기의 푸른 문장을 받아 굽이굽이 푸른 인간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단풍 하나로 가을을 건너는 사람들이 있다. 천 리를 달려가 단풍 떼거리를 끌고 남하하는 그들은 만산홍엽으로 가을을 견딘다. 나는 가을 나무의 마음을 안다. 계절의 절박함을 감지한 나무들이 무거워진 삶에 대한 절박함으로 토해내는 절규, 저렇듯 붉은 빛깔의 분노로 가득 찬 농성장. 단풍은 나무들의 말, 외침이다. 극약 처방이다.

이 가을에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효과'를 진단한 보고서.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의 농·축산업은 88억 달러(11조 4400억) 어치의 생산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 한국 수출은 200% 이상 증가하여 연간 192억 달러(농산물 104억 달러, 공산품 87억 달러)에 달한다니, 청천벽력이다.

미국 중심으로 WTO 뉴라운드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 논의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농민들이 그토록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것도 그 다음으로 예정되는 한-미, 한-일 협정의 태풍을 막자는 데에 있었다. 그런데도 그 심각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는 '막가파식'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강행하려 한다. 아득바득 비상을 삼키겠다고 우기는 꼴이다. 독을 삼켜 독을 물리치는, 극약 처방인가?

낙엽이 진다. 이미 줄 것 다 내주고 벌거벗은 게 농업이다. 자유무역협정, 그 '마지막 잎새'를 철사줄로 묶어 놓고 싶은 마음이 춥다.

시인·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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