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남에 전공정 팹까지 몰아준다니…"전력·용수·인력, 하나도 갖춰진 게 없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삼성·SK 수백조 투자 급부상…李대통령·재계 총수 회동 후 속도
전력망 2031년 전 구간 포화·용수 갈등 뇌관·인재 생태계 전무

연합뉴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전공정 생산시설(팹)을 호남권에 구축하는 방안을 정부와 조율하면서 산업계가 술렁인다. 전력과 용수, 인력, 협력업체 생태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 국가 핵심 전략산업을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산업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앞선 결정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2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호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정부와 조율 중이다. 청와대는 오는 29일 민관 합동 보고회에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잇달아 만나 투자 문제를 논의한 뒤 호남 전공정 투자 구상이 급부상한 만큼 업계 일각에서는 '산업적 필요성보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가 우선 고려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반도체 전공정 라인에는 기가와트(GW)급 전력이 24시간 끊김 없이 공급돼야 한다. 그러나 호남 발전 설비의 약 47%를 차지하는 태양광은 일조량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출렁인다. 낮 시간대 최대 11GW에 달하던 발전량이 야간에는 최저 8GW 수준으로 급락하며, 이 편차를 메울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는 수조~수십조원이 소요된다.

송전망 여력도 한계에 다달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호남권 345kV(킬로볼트)급 송전망 13곳 가운데 12곳이 2030년까지 '수용 부족' 상태에 놓이고, 2031년 이후에는 13곳 전부가 수용 한계에 도달한다. 지역 기저 전원인 한빛원전도 불안 요소다. 1호기는 지난해 말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을 중단했고, 2호기도 오는 9월 운전을 멈춘다. 3~6호기도 2034년부터 차례로 설계수명이 끝난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대규모 초순수 확보도 난제다. 영산강 수계만으로는 장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충청권 대청댐 물을 끌어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화할 경우 지역 간 물 이용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어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은 인력이다. 현재 반도체 핵심 인력과 협력업체 생태계는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수도권과 인접한 충청권조차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상황에서, 호남에 수천 명 규모의 엔지니어와 연구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같은 첨단 반도체는 연구개발과 생산 공정이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석·박사급 연구인력, 장비 엔지니어, 소재·부품 협력업체가 함께 집적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남방한계선으로 통하는 이천·평택조차 지리적으로 멀다는 불만이 팽배한데 호남에서는 인력 문제가 훨씬 심각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사업 추진 방식 자체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통상 반도체 전공정 공장은 부지 검토부터 인허가, 전력·용수 인프라 확보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입지 선정 과정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토지 가격 상승과 투기 수요 유입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어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공정 공장은 부지 검토에만 수년이 걸리는 사업"이라며 "기업은 통상 극도의 보안 속에서 입지를 검토하는데 이번 사업은 논의 단계부터 정부와 정치권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업계도 의아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