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부 동호인-운동도 춤도 함께…우리는 '연인'

'부부는 살면서 서로 닮아간다'. 흔히 수십년을 동고동락하는 부부는 얼굴 뿐만 아니라 식성이나 취미까지 닮아간다고들 한다. 때로는 복잡하게 얽힌 갈등을 풀기 위해, 또 때로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같은 취미를 즐기는 '닮은꼴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댄스스포츠로 서로 삶의 박자를 맞추기도 하고, 운동을 하며 서로를 다독이는 부부들도 있다. 같은 취미를 즐기는 부부들의 최대 강점은 공통의 관심사가 많다는 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에 대화의 소재가 끊이지 않는다. 같이 땀흘리며 운동하고 같이 손잡고 춤을 추다보면 어느새 친구같은 부부, 연인같은 부부가 된다.

행복한 부부가 되기를 원한다면 부부 공동의 취미를 가져보자.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자기 남편·아내의 취미에 관심이라도 가져볼 일이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는 것도 부부행복의 지름길일 수 있다.

대구시 북구 태전동에서 제일 테니스장을 운영하고 있는 채종원(34)-최수인(34·여)씨는 테니스로 맺어진 부부다. 채씨는 대구시 대표, 아내 최씨는 국가대표를 지냈다. 당연히 이 부부의 최대관심사는 테니스다.

"같은 운동을 즐기다보니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이 퇴근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도 좋아요. 운동 후 기분좋게 생맥주라도 한 잔 하는 날이면 더 바랄 것이 없지요".

테니스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부부사이의 섭섭한 감정같은건 쌓일 겨를이 없다. 자연히 바가지도 없다. 부인 최씨는 "부부애를 다지는데 운동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채씨는 요즘 여가활동을 같이하려는 부부들이 늘어나는 것을 실감한다. 테니스를 배우기 위해 등록하는 사람들 중 약 30%가 부부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먼저 시작한 후 아내에게 권해 같이 즐기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한때 아이들이 커서 부모 품을 떠난 것이 허전하기도 했지만 이젠 친구 같은 남편과 함께 하는 운동이 충분한 보상이 된다고 할 정도다. 김한연(52·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우방맨션)-박을경(47)씨 부부는 춤으로 부부간의 정을 새록새록 쌓아가는 중이다. 낭만적인 영화 속의 주인공이 따로 없다. 대구 대덕문화전당에서 매주 수·금요일 이틀씩 '부부 댄스스포츠' 고급반을 수강중이다. 고급반에는 현재 이들 부부를 포함, 6팀의 부부들이 댄스스포츠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애들이 크고 나니까 저녁시간이 무료해지더군요. 그렇다고 남편 퇴근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었죠".

박씨는 궁리 끝에 부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댄스스포츠를 택했다. 문제는 남편의 거부반응. "무조건 등록부터 해버렸죠.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남편도 무척 좋아합니다.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거든요" 특히 강좌가 있는 날은 내내 웃다가 보낸다. 서로 발을 밟아도, 스텝이 틀려도, 어지러워 쉬고싶다는 말 한마디에도 모두가 웃는다. 그러다 보면 또 일주일이 후딱 지난다. 부부행복만들기엔 이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일주일에 두 번씩 남편과 아내가 한시간반이나 손을 맞잡고 사는 부부도 많진 않을 겁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에다 건강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죠".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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