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문화상 수상자 이우환 전시회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65)씨가 '예술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문화상 수상자로 확정된 것은 지난 9월. 당시 이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한 사람은 대구의 시공갤러리 디렉터 이태(53)씨가 아니었을까.

시공갤러리가 지난 96년과 지난해 두차례 이우환씨의 전시회를 연데다, 그의 작품만 100점(판화 포함)가까이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 여기에는 이태씨가 10여년전부터 이우환씨와 쌓아온 교분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태씨는 9월이후 파리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우환씨의 근작들을 대거 가져왔다. 시공갤러리(053-426-6007)가 서울의 화랑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이우환 세계문화상 수상기념전'을 31일부터 11월10일까지 열게 된 이유다.

전시작품은 그의 최근작인 '조응(Correspondence)시리즈'다. 100∼200호의 넓은 캔버스 한쪽 부분에 2,3차례 두텁게 붓질을 한 것이 전부다.

동양적인 여백의 미를 나타냈다고 하지만, 얼핏보면 화면 중간에 컵(?) 하나만 달랑 놓여있는 것 같다. 이래놓고 2천만∼1억원 정도 호가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히지 않는가.

근데 그림을 계속 보다보면 그 단순한 듯한 붓질이 나타내는 강렬함과 그 여백이 던져주는 철학적인 언어에 압도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우환씨는 지난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차례 붓질에 나자신의 기(氣)를 모두 쏟아붓는다. 몇차례만 하고 나면 한참 동안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녹초가 된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세계의 핵심은 허허로운듯 하지만 내면이 꽉찬 우리의 정신세계에 있는게 아닐까.

이번 전시에는 최근작을 중심으로 80∼150호 크기의 조응시리즈 15점이 전시된다.

전시회가 잇따르는 요즘, 신인.중견들의 신선미 넘치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경지에 오른 대가의 작품을 한번쯤 봐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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