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4주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전략적인 목표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사살하고, 알 카에다 조직을 해체, 탈레반 정권을 뒤엎고 친미성향의 정권을 세운다는 목표에 어느 것 하나 이루어 낸 것이 없다.
지금까지의 보복전쟁 양상은 미국이 고전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국내외의 2개전선 모두가 효율적인 진행상태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의 매일 계속되고 있는 폭격과 특공대를 동원한 지상전에서도 오사마 빈 라덴은 건재하고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도 잇따른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에서는 탄저병 테러의 확산을 막지 못하는 바람에 상황대처 능력까지 의심받을 지경이다.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슬람권에서 신성시 되는 라마단(금식기간)이 오는 16일부터 시작된다. 이슬람 국가들은 금식기간 중의 전쟁을 이슬람 국가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전쟁수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이와 때를 같이해 혹한의 겨울철로 접어들어 이래저래 엎친데 덮친격이다. 국제여론도 그렇게 테러에 대한 보복을 선언할 때처럼 호의적인 것도 아닌성 싶다. 영국 일간지 '미러'는 지난달 29일 1면 톱기사에서 '3주에 걸친 아프간 공습에도 불구하고 단 1명의 테러리스트도 제거하지 못한 이번 전쟁은 '사기(Fraud)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영국의 파병을 용병이라고까지 지적하고 있다. 발등의 불인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우방의 언론매체에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9·11 테러에 대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이미 한국의 비전투부대 파병을 결정했고 상황에 따라서는 전투부대의 전쟁참가도 피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베트남 참전(參戰) 과정을 살펴보면 전투부대의 파병(派兵)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결코 그렇게 되어서는 안될 일이고 만에하나 파병이 거론되면 국민들의 반대가 격렬할 것은 뻔하지만 국제질서의 논리가 우리 입맛대로 재단될리는 없는것이 아닌가.
당장 눈앞에 둔 고민거리는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테러전쟁의 수행분담금이다. 우리가 결정한 비전투부대 파병도 어떻게 보면 분담금 집행의 한 과정으로 봐도 틀린 말은 아닐성 싶다. 우리 정부가 이미 미국과 전쟁수행 분담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징후로도 볼 수 있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은 최근 테러전쟁 분담금과 관련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테러전쟁에 대한 한국의 분담액이 15억달러 정도가 될것이라는 예측을 했다고 한다. 과거 페르시아만(灣) 전쟁때 부담했던 5억달러와 비교하면 3배가 되는 지원액수다.
이런 근거는 대체로 두가지로 집약된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이번 전쟁수행의 비용이 최소한 600억달러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은 400억달러를 테러복구 및 테러전쟁 군사작전에 배정했고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에 추가로 200억달러가 들것으로 예측했었다.
전쟁은 그러나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군사작전이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휴전이나 종전은 바랄 수 없게 돼 있다. 미국이 물러설 명분을 찾지 못한 이 시점에서 공격을 끝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실 장기전을 이미 예고한 상태이다. 체니 미국 부통령은 2, 3년의 장기전은 각오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판단대로 하면 전쟁비용은 적어도 1천억달러는 들것이라는게 보편적인 판단이다. 최근 조지 워싱턴대학교 한 교수가 아프가니스탄 테러전쟁 비용을 한달에 12억달러 정도로 추산했었다. 이 액수는 지상군이 투입되지 않은 경우를 계상했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우리의 부담이 걸프 전(戰)보다 증가할 또다른 이유를 이번 테러전쟁이 갖는 성격에서 찾고있다. 중동국가들이 이번 전쟁에서 전비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전비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려는 속셈이다. 쿠웨이트,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대가를 요구하고있거나 대가를 받고 미국을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일본·프랑스 등에 이 몫을 떠안기려하는 압박전술은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 섰을 것이다.
걱정 스러운 것은 한국이 이번 아프간 전쟁비용 부담에서도 '봉'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걸프전때 부담한 5억달러도 엄청난 '바가지'를 썼다는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뒤통수 맞고 허둥댈 일이 아니다. 그런 덤티기는 결국 국민들이 떠 안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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