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마땅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232명이 31일 '정치권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이라는 공동성명을 통해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 공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선데 대해 우리는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과 관련, 바람직한 문제제기로 본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들이 현행 정당 공천제가 공천 헌금으로 인한 부정부패를 유발하고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치권의 통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주목한다. 정당공천제는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연결해 정치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지방행정의 부조리를 낳는 온상으로 그 폐해가 엄청나다. 정당공천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지도자들은 국회의원 선거때 등 공천 헌금을 할 수밖에 없다. 공천을 얻기 위해서는 중앙정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금의 구조다. 이에따라 공천의 대가로 악성 민원을 들어줘야 하며 당선후 인사비리, 인허가와 공사발주 등의 분야에서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소지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온갖 비리에 연루돼 구속사태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할수 없을 것이다. 또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자치단체장 후보를 향후 경쟁상대로 여겨 자신보다 유능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는 공천을 주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중앙의 예속화를 가져와 지역민의 자율과 창의에 의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신장이라는 '지방의 논리'에 역행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방 정부의 자율성 보장과 효율성 증대, 자기 책임성 강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은 요원한 것이다. 지방 선거가 지방자치와는 관계없는 중앙정치 문제의 쟁점화로 혼탁·과열되고 지방에서의 정책집행과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니고 중앙정치 중간평가의 장으로 인식된다면 그 역기능은 심각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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