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Global Prism-공습후 구호식량 '병주고 약주기'

미국 주도로 2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대(對) 테러전쟁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블랙 코미디'적 요소로 가득하다.

군사적 전력측면에서 비교대상 조차 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하루 평균 200억원 가량의 엄청난 전비(戰費)를 쏟아부으며 온몸에 잔뜩 힘을 주며 싸우고 있는 미국이 그러하다. 또 자국민들이 죽든 말든 눈썹하나 까딱않고 완강히 저항하고 있는 탈레반의 '깡마른 옹고집'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엽기적인' 것은 공습을 가하면서도 구호식량을 투하하는 미국의 '병주고 약주기'식 전쟁수행 방식이다. 하루 3만7천개 가량 투하되는 구호식량은 '인도주의 일일 식량'이란 글자와 함께 취사방법 등을 영어와 그림으로 비교적 쉽게 설명하는 '친절'을 아끼지 않았다. 기아와 피난에 지친 난민들의 영양상태를 고려, 비타민과 미네랄을 첨가한 대신 이슬람 전통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식습관까지 '배려'하는 세심함이 돋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 국방부는 아프간에 투하된 불발 집속탄 색깔이 밝은 노란색으로 구호식량 포장 색상과 똑같아 어린이들에게 위험하다는 지적에 따라 구호식량의 외부포장 색상을 변경하기로 방침을 세우는 등 아프간에 대한 '끔찍한 친절과 배려'가 눈물겹기까지 하다.

반면 미국은 6일 아프간 공습에 전술 핵무기에 버금가는 무시무시한 '데이지 커터' 폭탄을 투하했다. 폭탄 1개의 무게만도 6.8t으로 폭발지점 반경 900m이내 사람을 전멸시키고 주변지역 사람의 내장을 파열시킬 만큼 잔인한 무기이다. 이에 앞서 미국은 무차별 살상으로 파괴력이 엄청나 국제협약상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을 투하, 국제적 비난을 사기도 했다. 미군의 오폭으로 숨진 아프간 민간인만도 600∼1천500명에 이르고 있다. 미국이 아프간 국민들에게 구호식량과 함께 안겨준 '선물'들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기아에 허덕이는 당사자라면 우리가 투하하는 비상식량을 받고 이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으스대기까지 했다. 아무리 무지한 백성이라 할지라도 무고한 부모형제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폭탄세례 끝에 나온 비상식량에 대해 감사를 느낄만큼 '쓸개빠진' 사람은 없다.

테러로 인한 미국의 희생이 아무리 처절했다 할지라도 한 손으로 음식을 나누어주고 다른 한손으로 칼을 휘두르는 행위를 자화자찬 할 순 없다. 오죽하면 식량구호보다 무차별 살상용 폭탄투하를 중지하는 것이 훨씬 더 인도주의적일 것이란 비난이 국제사회로 부터 쏟아지게 됐을까.

류승완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