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3)씨는 지난 4일 하루종일 동네 문방구를 돌아다닌 끝에 어렵게 10여년전에 유행했던 조립식 장난감 '레고' 초기 시리즈를 구입했다. 그는 "힘든 직장생활 속에서 무엇인가 위안을 얻기 위해 석달전 인터넷 장난감 동호회에 가입했다"며 "블록을 맞출때마다 즐거웠던 어린 시절로 빠져든다"고 말했다.
학원강사인 박현희(30·여·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지난달 서점에 들러 초등학교 시절 밤새워 읽었던 인기 순정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샀다. 박씨는 "최근 몇년간 하루하루가 힘들었는데 옛 만화를 보면서 그렇게 가슴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힘든 현실을 위로받기 위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장난감 동호회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개설되기 시작, ㄷ사이트의 경우 동호회수가 지난해 2개에서 올해 29개로 늘었다. 이 사이트에는 이번 달에만 5개의 동호회가 새로 생길 정도. 동호회 대화방에서 만난 SEUZA(아이디명)씨는 "회원들 상당수가 20대 대학생이며, 30, 40대 직장인 회원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캔디, 마징가 Z, 베르사이유의 장미 등 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만화들도 올해초부터 단행본으로 출간돼 직장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미래소년 코난, 우주소년 아톰, 뽀빠이, 꼬마자동차 붕붕 등 추억의 TV만화영화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도 인기다. 영남대학병원에서 매주 수요일 마련한 '추억의 만화 영화제'엔 매주 100여명의 30, 40대 직장인들이 몰리고 있다.
또 갤러그, 테트리스, 너구리, 보글보글 등 고전게임은 '국민학교' 시절 엄마 몰래 동네오락실을 찾았던 20대 후반, 30대초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인터넷에 이들 게임을 다운받을 수 있는 개인 홈페이지만 100여개에 이른다.
보글보글 마니아 손영진(28·대구시 달서구 송현동)씨는 "게임을 할때마다 한번에 50원 하는 오락비를 마련하기 위해 엄마 지갑에서 10원짜리 5개를 몰래 가져갔던 기억이 난다"며 "바쁜 일상속에서 작은 여유를 찾을 수 있어 자주 게임을 한다"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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