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서로 어우러져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와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이성부 '벼'
이 시에서 벼를 백성으로 바꿔 읽어보자. 그러면 이 시가 쉽게 이해된다. 햇살 따가울수록 서로 기대고,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하게 살 줄 아는 지혜, 공동체주의가 소위 시의 주제인 셈이다. 지난 13일 서울 도심시위를 비롯해 전국에서 농민들의 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누가 뭐래도 벼 농사는 근본이다. 산업화, WTO라고 해서 포기할 수 없는 우리민족의 삶의 정서가 아로새겨진 것이 바로 벼농사이다. 벼농사를 지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용락〈시인〉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의 승리" "역사적 업적"…관세협상 타결에 與 칭찬세례
美와 말다르다? 대통령실 "팩트시트에 반도체 반영…문서 정리되면 논란 없을 것"
李 대통령 지지율 57%…긍정·부정 평가 이유 1위 모두 '외교'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유동규 1심 징역 8년…법정구속
"새벽배송 없애지 말라" 98.9%의 외침…새벽배송 금지 논의에 국민 불만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