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軍위안부는 국가가 인정한 강간'

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여성국제전범 법정이 2차대전 당시 일본이 군위안부제도를 운영한 것은 바로 '국가가 인가한 강간'에 해당된다고 판시, 일본정부에 최종 유죄선고를 내린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91년8월 한국여성인권운동의 힘을 배경으로 우리 피해할머니들의 첫 증언에서 시작된 종군위안부문제는 마침내 문제제기 10년만에 '정의로운 판결'을 받아 그 명예가 회복된 셈이니, 실로 우리 할머니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우리는 향후 이어질 대(對) 일본 진상조사요구, 교과서 개정, 피해할머니 배상문제 등에 있어 정부차원의 보다 광범위한 외교적 노력을 촉구한다.

동 법정은 '위안부 제도가 일본정부와 군대에 의해 입안.설치되고 관리됐다'며 당시 각 점령지 사령관 9명의 유죄를 선고하는 한편 일본정부의 공식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바로 일본이 인권유린의 '가해자'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물론 이 민간법정의 선고가 일본에 대한 법적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나, 위안부문제에 대한 국제적 여론의 환기와 함께 일본정부에 대해 엄청난 도덕적.상징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은 틀림없다.

특히 이번 판결은 95년 무라야마 총리때 민간기구인 아시아여성기금(AWF)을 만들어 그 보상금으로 일본정부의 배상책임을 면하려 시도해온 일본정부의 얄팍한 계책에 대해 '그것은 배상의 대신으로 볼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이날 최종판결에는 북한에서도 종군위안부 보상대책위 간부들이 참가했으며, 우리측 정신대문제대책위도 북측과 함께 일본정부에 판결이행을 요구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니 더욱 다행스럽다. 지금 한.일 양국은 교과서.위안부문제에서 어업협정에 이르기까지 대립적인 현안을 안고 있다. 차제에 우리정부도 지난10월 고이즈미 총리방한때처럼 물에 물탄듯 양국문제를 어물쩍할 것이 아니라 남북.중국과 힘을 합쳐 문제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부가 할머니들보다 힘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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