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敬老堂=凍老堂'(?)

한말에 조선 팔도를 누볐던 개신교의 선교사 게일은 '조선은 노인 천국'이라고 했다. 그는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노인으로 살고 싶다고 부러워 하기도 했었다. 노인 홈 시설이 세상에서 가장 잘 돼 있는 독일에서 '회색 표범'이라는 노인운동을 벌여 세계에 널리 알려졌던 트루데 운루도 노인을 우러러 받드는 우리의 어른존경 문화를 귀감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같이 우리 사회는 농경시대에 삼강오륜의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삶의 지혜였고 세상 질서였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를 거쳐 정보화 시대를 맞으면서 우리 사회에도 엄청난 변화가 왔다. 청소년들은 어른으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까지한다. 얼마 전 아시아·태평양 지역 17개국 청소년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유엔아동구호기금의 어른 존경 조사 결과 우리나라가 꼴찌로, '존경한다'가 고작 13%에 불과해 '동방예의지국'을 무색케 했다. 어른 천국이 지옥으로 바뀌어버린 것일까.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지자체들이 복지시설 확충을 위해 경쟁적으로 경로당을 지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경로당 수는 1995년2만4천472곳에서 지난해 말 현재 4만691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 5년간 무려 60%나 증가한 셈이며, 이 기간 동안 경로당을 짓는 데 소요된 예산만도 6천억원에이른다고 한다. 대부분 20~30평 규모로 3천만~5천만원 정도의 예산이 들었지만, 1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곳마저 없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로당들은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겨울철인 요즘 이곳을 찾는 노인들이 추위에 떨어야 하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노인들 사이에'경로당은 동로당(凍老堂)'이라는 말까지 나돌기까지 하겠는가. 동절기(11~3월) 난방비 지원액이 1997년 이후 월 5만원씩, 연간 25만원(국고·지방비 각 50%)으로 동결됐기 때문에 난방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되거나 아예 문을 닫아버린 경우마저 없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노령화 사회에서 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도 65세 이상의 노인이 전체 인구의 7.3%나 된다. 유엔아동구호기금의 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어른을 존경하는 평균치가 72%요, 이웃 중국도 70%나 되는데 우리는 대가족제가 무너지면서 가족 공동체간의 상하구조를 떠받치고 있던 어른 존경심마저 붕괴돼 안타깝기 그지 없다. 쑥밭이 된 어른의 권위와 존경심 되살리기는 한겨울에도 따스한 경로당 만들기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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