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상류사회가 다 그렇겠지만 그 중에서도 영국 상류층의 '가풍(家風)'은 지금도 여전히 엄격하다. 우리처럼 벼락부자가 고급차 사고 해외 여행 마음대로 다니고, 또 골프 치고 한다해서 금방 상류층 인사가 되는 게 아닌것 같다. 그보다는 오랜 세월동안 지켜오는 고풍스런 가풍이 있는 집안이라야 비로소 중산층 이상 상류사회 구성원으로서 대접을 받는다.
그렇다면 저들이 인정하는 상류층의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우선 1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지적능력이 꼽힌다. 그리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데서 속 옷 빨래를 말릴 수 있는 양식의 소유자여야 하며, 상당한 넓이의 농토나 임야를 갖고 있어야 한다. 또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 집안 고유의 독특한 '별미 음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집떠나 세상 어디 가더라도 잊을 수 없는 어머니의 '손 맛'이 대물림해 오는 집이라야 상류층 집안이란 얘기다.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자주 구설수에 오르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4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마을 공청회에 참석, 또 파문을 일으켰다. 어느 여성 참석자가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의 미덕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나는 어머니가 요리를 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가족들과 함께 식사했다"고 동문서답 해 버린 것이다. 대답이 엉뚱한 쪽으로 흘러간데다 자신의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의 요리 솜씨가 형편 없다는 기밀(?)사항까지 폭로해 버렸으니 설상가상이라고나 할까.
주변의 이상한 낌새에 당황한 부시 대통령은 "잠깐만, 어머니 이건 농담입니다"라고 수습하려 했지만 잇달아 다시 "어머니는 언제나 최고의 패스트푸드(즉석식품)요리사 중 한 사람이었다"고 말해 다시 한번 바버라 여사의 요리 솜씨만 깎아내렸다고 외신이 전한다. 부시는 이날 저녁 ABC방송 인터뷰에 출연해서는 자기 부인인 로라 부시에 대해 "로라의 참된 힘을 보는 것은 정말 즐거움"이라 극찬 하는 등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이자 워싱턴포스트는 5일 "그는 매우 버릇없는 행동을 했으며 어머니를 모욕했다"고 지적했다는 얘기다. 걸핏하면 말 실수하는 부시에다, 집안에 대물림하는 독특한 요리 한가지 없이 패스트푸드나 먹는 '가풍'하며…. 영국 상류층인사들의 눈에는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카우보이' 쯤으로 비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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