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30년만에 만난 동기들

초등학교 친구중 유일하게 연락하는 친구가 한명 있다. 좀처럼 바쁘다는 이런저런 구실과 핑계로 연락한번 못하고 일상적 안부만 서로 묻고 지내던 친구. 어느날 문득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 초등학교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라고 해, 검색에 들어갔다. 그 시절 우리가 몸담았던 모교의 전경과 아련히 떠오르는 친구들의 이름이 몇몇 있었다. 게시판에는 초등학교동기회를 갖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것도 졸업한지 30년만의 만남이 처음 마련될 모임이었다. 동기회 당일 30년만의 만남에 가슴 설레며 온종일 마음이 들떠 있었다.

때마침 대구에는 그때 그 시절 내리던 함박눈이 온종일 내리고 있었다. 어릴적 운동장에서 눈뭉치 집어들고 친구들 목덜미에 집어넣고 웃던 아련한 모습. 조그만 양재기에 눈을 가득 담아 친구들과 같이먹던 그 모습이 영상이 되어 떠오른다. 무심한 세월은 이제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되돌릴 수 없는 어린 시절을 생각하니 더더욱 동기들이 그립기만 했다.설렘으로 동기모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지난 30년의 세월이 결코 짧지만은 않았음을 느끼게 했다.

까까머리 시절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벌써 머리에는 서릿발이 드문드문 내리고 이마에 잡히는 주름살이 세월의 무상함을 전했다. 우리 모두 격동기에 힘겹게 부딪혀온 세대들이다. 조개탄 난로에 도시락을 굽어먹던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기에는 사회에 뒤처지지 않기위해 밤을 낮 삼아 근무하며 노력한 세대들이었다. 한창 기반을 잡고 회사나 사회의 허리역할을 해야할40대가 되자 IMF를 맞아 기업의 구조조정과 부도로 명퇴, 실직이라는 쓰라림을 직면해야했다.

우여곡절을 견디며 꿋꿋하게 살아온 동기들. 그래도 순수하고 풋풋했던 그 때 그 시절의 깨끗한 추억이 오늘을 살아가는 힘의 원동력은 아닐까. 흐르는 세월 속에 겉모습은모두들 변했지만 '30년 세월'을 뛰어넘으며 오랜만에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다시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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