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서울대가 이러할진대…

서울대 학생들의 70%가 수업시간 외에 하루 2시간도 공부하지 않고, 1시간 미만 공부하는 학생마저 26%나 되며, 자연계 교수들의 논문 발표가 미국 하버드대와 일본 도쿄대의 4분의 1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적이다. 유럽의 석학 6명으로 구성, 이 조사를 맡은 '블루 리본 패널'에 따르면 앞으로 부지런히 노력한다면 10~20년이 지난 뒤에야 세계적인대학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서울대는 다른 대학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교육의 중심이자 최고의 인재 양성 요람이다. 그 서울대마저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리면 이토록 그위상이 초라하다니 암담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때까지 애처로울 정도로 입시 공부에 매달리다가 대학에 입학만 하면 공부와 담을 쌓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걱정거리였다. 더구나 이런 걱정은 특기를 살리고 여가를 즐기다가 대학에 들어가면 공부벌레가 되는 미국 등 선진국 학생들과 대비되면서 국가 경쟁력을 우려하는 데까지 연결된다.

공부는 학생의 가장 우선적인 권리이면서 의무이다. 대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는 경쟁력이 없으며, 그들이 공부를 해봐도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여긴다면 우리 사회는 절망적이다.

1636년에 설립된 하버드대, 1249년 설립된 옥스퍼드대,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도쿄대가 명문대가 된 것은 정부가 꾸준히 투자하고 집중적으로 가꾼 결과다. 우리나라엔 놀랍게도 372개 대학이 있다. 우리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하며, 공부하는 대학의 분위기를 조성해 세게적인 대학을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학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열이 대학 교육에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우수한 고급인력의 양성 없이는 지식정보화 시대의 국가 경쟁력 향상도, 선진국의 꿈도 한낱 신기루에 지나지 않음을 대학과 학생들은 물론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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