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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우편배달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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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을 집배원으로 일해오면서 마을의 길흉사를 전해오던 영양 입암우체국 김영열(55)씨는 연말이면 쏟아지는 우편물들이 여느 해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내년 1월14일부터 우편배달업무가 통합돼 영양우체국의 경우 면단위 집배원들이 없어지고 영양우체국에 근무하게 된 때문.

김씨는『농촌의 집배원은 이웃의 기쁨과 슬픔을 전달하고 바쁜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각종 심부름을 맡아오던 사람들』이라며『통합이 되면 담당 지역이 넓어져 그저 배달업무만 해야할 듯하다』고 말한다.

김씨의 말처럼 농촌 집배원들은 수십년 동안 농촌지역 골짝을 누비며 편지와 소포 전달뿐 아니라 시장봐주기, 은행일보기, 농약 등 농자재 사다주기, 편지 읽어주기기 등으로 이웃과 훈훈한 정을 나누는 농촌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집배원이 된 이성국(25)씨는 입암면 양항리 독가촌 홀몸노인에게 편지를 전해주러 갔다가 싸늘한 방바닥을 보곤 직접 땔감을 구해 군불을 지펴 드리기도 했다. 또 이웃 노인의 빨래까지 도맡아 해와 이 곳 주민들이 우체국에 가서 표창장을 줘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보통신부의 구조조정에 따른 통합문제에 대해 집배원들은 물론 사설 우체국장이나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찮다. 영양 수비와 석보우체국의 경우 영양우체국과는 20km이상 떨어져 있어 집배원들의 출퇴근문제 등으로 문제가 많은 데도 강제 통합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주민 박종걸(64·수비면)씨는『당장 새벽에 일어난 사망소식을 전하는 부고장조차도 이젠 그날 아침에 돌릴 수 없게 됐다』며『우편배달부만이 가지는 훈훈한 인심과 따뜻한 정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것이다』고 했다.

사설 우체국장들은『집배원들은 농촌 인심을 전달하는 것 뿐 아니라 우체국 금융상품 홍보에도 적잖은 역할을 해 왔다』며『우체국 차원에서도 인력 손실이 심각하다』고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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