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돌아보면 모처럼 쉬는 휴일의 나들이로 대형할인매장을 많이 찾는다. 대형할인매장 같은 새로운 공간의 등장으로 우리의 주말 문화도 바뀌고 있다. 90년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소개된 대형할인점은 다국적기업이 대부분이고 판매방식이나 할인매장 자체의 공간은 매우 낯선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체험한 공간 중에 가장 낯선 것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장바구니를 대신한 대형 운반기마다 가득가득 물건을 담아 계산을 기다리며 늘어선 줄을 보니 이 낯선 장소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편의점'에 대한 기억이 새롭다.
내 기억에 90년도 즈음에 편의점이란 것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 같다. 상점이라고 하면 으레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이 설치되고 안은 바깥보다 더 어둡다. 그런데, 이 편의점이란 것은 대낮 보다 더 밝게 실내를 꾸며 24시간 영업을 하는 것이다. 매장 한쪽에서는 컵라면도 즉석해서 먹고 유리벽 안은 밖보다 수백 배는 더 밝아서 상점의 구석구석은 너무나도 노골적인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상점이 곳곳이 생기게 되고 우리의 약속 장소는 학교나 우체국 앞이 아니라 편의점 앞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자 이 시대의 감성은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하게 되고 편의점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감성과 갈등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며(중경산림/ 질투), 그리고 편의점 식의 상혼이 개입된 노골적이고 거침없는 감성은 솔직한 것인지 이기적인 것인지 사이에서 흔들거리며 결국, 문화·예술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90년대' 문화의 특질에 대해서 말하나보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비추어 볼 때, 대형할인매장에 대한 체험은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재래시장에 갔을 때, '왜 땅바닥에서 물건을 파느냐'고 물었던 조카의 말에 이미 단서는 충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공간과 장소 자체를 발견하고 문제로 삼는 설치예술이 이 시대에 유행하는 것도 이런 새로운 장소의 경험에서 유래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남인숙(갤러리 M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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