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 폭락으로 논술고사의 변별력이 다소 떨어지리라는 일반적인 예상 속에서 '가'군에 집중되어 있는 논술고사 실시 대학들 대부분이 지난주에 시험을 마쳤다. 최근 몇년 동안 대학들이 논술고사에서 큰 차이를 두지 않겠다는 점을 밝혀온데다 올해는 수능 탓도 있어 실제로 당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합격점 근처에 있는 수험생에게는 논술이 당락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어 논술고사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2002학년도 문제 분석=올해 주요 대학의 논술 문제들은 얼핏보면 시사적 상식에 속하는 평범한 문제처럼 보인다. '한 가지 사건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 현재 우리사회를 분석하라'(연세대 인문계), '합리성이 갖는 특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현대사회의 합리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술하라'(고려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인간과 동물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이화여대) 등.
그러나 논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동서양 고전에서 발췌한 예시문을 논거로 활용하도록 요구, 상식 수준의 피상적인 지식으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자신의 지식을 현실과 연계하고 논거를 갖춘 주장을 펴는 능력이 수험생들에게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됐다.
연대 논술출제위원장 연문희 교수는 "아프간 공습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나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대한 상반된 평가 등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자신의 지식을 적용시킬 수 있는 고차원적인 능력이 있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출제위원장인 염재호 교수는 "학생들이 쉽게 접하면서도 당연시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데 출제 의도를 뒀다"며 "단순한 개념의 열거보다는 자신의 생각에 기초한 창의적 답안이 좋은 점수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일신문과 일신학원이 공동으로 기획해온 '대입논술'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높은 적중률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대학이 출제한 논제나 예시문에 나온 작품 가운데 상당 부분은 '대입논술'에서 다룬 내용들이었다. 윤일현 '대입논술' 책임기획위원은 "평소 고전작품을 꾸준히 읽으며 그 내용과 주제를 오늘의 문제와 관련지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논술과 언어영역 고득점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03학년도 전망과 대책=올해 논술 문제를 분석해보면 거의 모든 대학이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된 논제를 다루면서, 해결 과정에서는 반드시 예시문을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도 수험생들은 지금부터 신문, 잡지 등을 꾸준히 통독하면서 현재의 시사적 흐름과 쟁점을 놓치지 않고 제때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대중매체에서 듣거나 읽은 현실의 주요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보고, 그 대안을 제시함에 있어서 고전작품의 주제들과 항상 관련지어 보는 능력을 갖출 때에야 좋은 논술문을 쓸 수 있다. 주장하는 견해를 피상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창의적이고 무게 있는 것들로 높이는 것도 이런 대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논술 대비는 희망하는 대학의 논술고사 실시 여부와 관계 없이 계속할 필요가 있다. 언어영역이 수능 점수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된데다 논술고사 준비 방식의 대비가 언어영역 고득점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논술과 언어영역 대비를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가 가장 먼저 요구된다. 글을 읽고 독해한 뒤 이를 자신의 교양과 지식으로 쌓고, 이를 되씹으면서 자신의 주장이나 입장을 정리해 펼치는 것은 수험생 누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상황이 됐다.
한편 올해 성균관대와 한양대가 영어 예시문을 제시했는데 앞으로 많은 대학들이 이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므로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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