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4일 이상주 비서실장을 통해 각 부처 장관들에게 "국무회의 때 내 발언을 일일이 받아 적지 말라"고 지시했다.
김 대통령이 이같은 이색적인 지시를 내린 이유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TV를 통해 국무회의 장면이 전달되면서 장관들이 대통령의 얘기를 일방적으로 받아적기만 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같은'받아적기' 때문에 당초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국무회의를 개선하겠다는 취지가 흐려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모습의 탈색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시중엔 김 대통령이 너무 논리적이고 일방적이며 권위주의적으로 보인다는 여론이 있다. 올해에는 국민에게 친숙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보여주는게 바람직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로 김 대통령에 오버랩되어 있는 권위주의가 탈색될 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이같은 지시는 김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대통령의 얘기를 받아적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이같은 사소한 문제는 국무위원들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대통령이 나서서 금지할 일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또 받아적기를 금지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수직적 상명하복 문화가 사라질 지도 의문이다. 국무회의가 토론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장관들의 받아적기 관행 때문이 아니라 겉으로는 탈(脫)권위주의를외치면서 속으로는 여전히 권위주의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 대통령은 취임 이후 몇차례에 걸친 국민과의 대화 등 각종 행사를 통해 국민에게 친숙한 대통령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여전히 김 대통령에게서 권위주의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김 대통령이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국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이같은 받아적기 금지로 김 대통령이 원하는 탈권위주의가 이뤄질 지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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