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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11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하루에 많게는 5-6회, 적어도 2-3회 이상 각종 일정을 소화하면서 국정을 챙겨오고 있는 것에 비춰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란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침묵'에 대해 오홍근 청와대 대변인은 오는 14일 연두기자회견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보다는 최근 각종 게이트에 자신의 최측근들의 연루사실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데 따른 실망감과 허탈·무력감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관측이다.

특히 김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벤처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강조한 하루 다음날인 9일 박 전 처장이 윤태식 게이트 연루 의혹이 터져나온데 대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혼란스럽고 스산한 심정은 박 전 처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그대로 드러났다. 김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문채 한 마디 말도 없이 박 전 처장의 사표 수리를 승인했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민정수석실로부터 박 전 처장이 윤태식씨로부터 주식과 금품을 받지는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박 전 처장의 결백에 대해 완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들도 처음에는 이런 박 전 처장의 해명을 믿었으나 점차 회의적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 할복하겠다고 하다 돈 받은 것이 드러난 신광옥 전 민정수석의 예를 연상하고 있는 것이다.

참모들은 또 이같은 일련의 악재들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레임덕을 앞당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14일 연두기자회견에서 김 대통령은 국민에게 측근들의 비리 연루 사실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수준을 넘어 통치권 차원의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민심을 이같은 의지 표명 정도로 과연 추스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청와대 참모들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2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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