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객예탁금과 주가관계

고객예탁금은 흔히들 증시 에너지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고객예탁금이 늘어나면 증시에 낙관론이 팽배해지고 고객예탁금이 줄어들면 비관적 시황이 현격히 많아진다.

그렇지만 고객예탁금은 '야누스'적인 이중성을 지니고 있으며 투자자들에게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고객예탁금 증가에 따른 낙관적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상투권에서 주식을 사는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지수와 고객예탁금이 일정한 연동성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지수가 오르면 고객예탁금도 불어나고, 지수가 내리면 고객예탁금도 감소한다. 엄밀히 말한다면 둘 사이에는 연동성이 있다기보다 고객예탁금이 지수의 후행성 지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연말 이후 지수 상승과 함께 지난 3일 10조원대로 올라선 뒤 10일 11조8천529억원까지 불어났다. 고객예탁금이 11조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00년 6월13일(11조8천546억원)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매도세 전환과 함께 지수가 하락 조정에 들어가면서 11일부터는 고객예탁금도 감소세로 돌아서 15일에는 10조9천741억원으로 전날보다 3천145억원 줄었다.

고객예탁금이 주식의 매수 대기자금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지수의 위치에 따라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바닥권에서의 고객예탁금 점차적인 증가는 추세 전환의 신호이지만, 고가권에서는 증가는 '상투'의 징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투자자(ID:park3490)는 팍스넷 시황분석실을 통해 "고객예탁금이 시장의 잠재 매수 세력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선도세력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물량을 처분하기 위한) 살찐 돼지(총알받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내 증시는 고객예탁금 규모가 5조원대였을 때가 바닥이었으며, 11조원대에서 큰 폭의 조정을 보인 뒤 13조원대에서 마지막 물량 털이를 하면서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객예탁금은 또한 증시로의 신규 자금 유입이 늘어날 때 일반적으로 증가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해 현금화했을 때도 증가세를 보인다는 특징을 지닌다.

최근 고객예탁금과 투자주체별 매매 동향을 보면 외국인이 사고 개인들이 주식을 팔아 현금화 전략을 썼을 때 고객예탁금이 늘었으며,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산 최근 며칠 사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따라서 시장 에너지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서 고객예탁금을 따져 볼 때는 투자주체별 매매에 따른 증감분이 아닌 순수 고객예탁금 증감분(신규 유입)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미수금 및 신용잔고 규모도 수시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고객예탁금과 마찬가지로 미수금 및 신용잔고가 최고치에 이르렀을 때가 상투권이기 때문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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