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장엽·김덕홍씨 訪美문제 계기 갈라서나

지난 97년 '형님'과 '아우'로 함께 사선을 넘어 한국행을 선택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김덕홍 전 여광무역 사장이 '미국행'을 놓고 결별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비서는 17일 "(북한의 핵·화학무기를) 논증하기 위해서라면 내가 미국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내용들은 이미 책을 통해 밝혔음을 분명히 하고 한국을 방문한 미 의회 전문위원에게도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그동안 황씨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김씨는 황씨의 이런 입장에 강력히 반발함으로써 두 사람간의 틈새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황씨가 국정원의 회유로 마음을 바꿨으며 개인연구소 건물 신축을 놓고 한국정부와 협의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미문제를 둘러싼 두사람간의 갈등은 표면적인 문제일 뿐 실제로는 탈북자의 단체인 '탈북자동지회' 운영을 둘러싸고 이견을 달리하면서 대립해 왔다는 게 주변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탈북자동지회는 작년말 이사회를 열어 회장을 맡아오던 김씨를 고문으로 추대하고 홍순경 전 태국주재 북한참사관을 회장에 선출했다. 정해진 임기 2년이 끝났고 탈북자의 권익신장을 위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탈북자동지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탈북자들은 동지회가 99년 1월 창립된 이후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김씨의 독단적 판단에 따라 운영되는데 상당한 불만을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이 과정에서 김씨는 회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고 새로운 탈북자동지회 집행부가 출범하자 집중적으로 비난을 해온 반면 황씨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설립된 새 동지회 지도부에 대한 지지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선을 같이넘은 양자간의 이런 갈등은 조만간 결별로 이어질 전망이다. 황씨는 17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에 김덕홍과의 관계가 나빠진데 대하여 가슴아프게 생각하며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그가 독자적으로 훌륭한 일을 하여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말해 함께 망명한 그와의 결별 의사를 강력히 시사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이번 황씨의 (방미 포기) 결정은 황씨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김씨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이번 사건에 대한 파장의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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