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예살인이란

기혼녀인 한나(여.27)는 어느날 남편 아닌 남자와 1주일간 시리아로 여행을 다녀왔다가 오빠에 의해 집밖으로 끌려나와 가족, 친지들이 보는 앞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오빠는 "이제야 불명예를 씻었다"고 외치며 출동한 경찰에 잡혀갔다. 그는 재판에서 명예를 위해 살인한 점이 참작돼 일년 징역형만 선고받았다. 소설 같지만 실제로 3년전 요르단에서 일어난 일이다.

'명예살인'이라는, 여성의 인권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들이 이슬람세계에서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파키스탄은 '명예살인' 방면에서 단연 선두다. 2년전 일어난 '사미아 임란 사건'. 남편의 학대를 견딜 수 없었던 사미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혼수속을 밟다 갑자기 들이닥친 동생의 총에 맞아 숨졌다.

누나를 죽인 동생은 가족의 명예를 위해 살인했다는 이유로 석방됐고, 의회도 '파키스탄의 전통'이라며 동생을 두둔했다. 지난해 무샤라프 대통령은 "명예살인도 살인으로 다스리겠다"고 밝혔지만 정치적 발언에 그쳤다.

레바논에서는 2년전 부모가 스물한살의 딸을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딸이 혼전 임신으로 가족의 명예를 더렵혔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검시의사는 딸의 임신증거를 찾지못했다.

또 팔레스타인에서는 살인사건의 3분의 2가 명예살인이라는 말도 있다.'더러워진 명예는 피로써만 씻을 수 있다'는, 신앙적인 차원으로 굳어진 이슬람 전통사회의 묵시적 계율은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시골지역에선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법의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점이다. 보통 요르단에서는 1년형, 이집트는 5년형을 선고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개 감형된다. 파키스탄의 경우 아예 법의 심판에서 자유로운 경우도 허다하다. 또 이런 일들은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공개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여성운동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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