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주부 김모(35.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중 갑자기 숨이 막히고 온몸의 힘이 빠지면서 기절해 병원 응급실에 급히 실려갔다.
그후에도 자주 이러한 증상에 시달리게 되자 내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등 많은 병원을 전전했지만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었다.
"또 그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외출도 못하고 항상 집에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만 했어요. 결국엔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나를 간호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죠" 김씨는 지난해 계명대 동산병원 공황장애 환자모임인 '한마음 모임'에 들어와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회사원이던 최모(29.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지난해 정들었던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2년전 회사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가슴이 아프고 호흡곤란과 어지러움으로 1시간동안 사경을 헤맨 뒤 이러한 현상이 매주 두번정도 나타나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
최씨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숨쉬기도 힘들고 어지러움에 시달리는 횟수가 잦아지자 불안해서 외출을 할 수 없었다"며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두렵고 사회생활이 점점 힘들어져 사표를 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요즘도 증상이 갑자기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휴대폰, 약, 10만원이상의 현금 등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했다.
지난 19일 오전 11시 계명대 의대 1층 교수회의실. 공황장애 환자들의 모임인 '한마음 모임' 제35차 정기모임이 열렸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20여명의 환자들은 평소 가족들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던 서로의 증상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아픈 마음을 달랬다.
모임에 나온지 두번째라는 이모(36)씨는 "모임을 통해 공황장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들을 수 있고,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치료 경험담을 들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한마음 모임'은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과 김정범 교수가 지난 98년 공황장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고 환자에게 완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생소했던 공황장애란 질환에 대해 환자들이 전문의와 얘기함으로써 정확한 정보를 얻어 치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며 "지역에 하나뿐인 공황장애 환자모임이 앞으로 더욱 많아져 환자들이 치료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공황(恐慌)장애 - 갑작스런 불안감으로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뛰며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아무런 이유없이 공포감을 반복적으로 느낄 경우 이에 해당된다.
전 인구의 2~3%가량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등 대구지역 경우 9만~13만5천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문의들은 지난 98년 IMF 경제난이후 공황장애 환자가 늘고 있으며, 1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층에서 환자가 많은 것으로 집계돼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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