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도시' 포항은 현재 큰 갈림길에 들어서 있다. 왜 그런가. 산업구조가 철강 단일 업종에 치우쳐 있는 터에 '산업의 쌀' 철강수요가 장기 둔화추세인데다 세계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산업 육성 등 산업구조 다각화를 꾀하고 있지만 철강산업은 포항의 중심 산업이다. 포항의 산업은 제1차 금속, 조립금속 등 철강 관련산업 비중이 압도적이다. 전체 제조업 종업원 수의 71.9%, 생산액의 87.3%, 부가가치의 85.6%, 지역 총 수출액의 86.6%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구조 다각화를 모색하더라도 철강산업 자체를 버릴 수는 없는 산업구조다. 결국 포항의 미래는 철강업의 재도약을 통해 보장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철강업은 조선, 자동차, 기계 등 그동안 철강업을 떠받쳐왔던 내수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데다 가격 경쟁력의 저하, 제품 차별화 및 구조조정 미흡, 환경 규제에 따른 부담 등 여러 악조건이 맞물려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지난 97년 외환위기로 98년 내수가 전년도에 비해 35% 가까이 감소하는 시련을 겪었다.
99년 이후 철강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데다 올 하반기 경기상승이 예고됨에 따라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면서 철강소비 산업 비중이 약화돼 내수보다는 해외수출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시장 전망도 밝지는 않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함께 철강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중국시장도 향후 10년 정도가 한계라는 분석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연간 생산량은 10억t에 달하나 수요는 8억t에 불과해 2억t의 철강이 과잉 생산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포철을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는 공급가 하락을 감내하고 생산량까지 감축해야 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도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포철 한 관계자는 "올해 철강 경기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국내외 여건이 크게변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철강업 역시 다른 산업분야처럼 기술 우위의 선진국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후발개도국 사이의 틈새에서 돌파구를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통합과 글로벌 경영, 원가 절감 및 신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우리 철강업계의 시장이기도 하지만 철강산업 투자에도 적극 나서 국내 철강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철강산업의 통합 및 글로벌화는 설비능력 과다 보유에 따른 공급과잉, 세계 경제규모의확대, 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세계화 등 환경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장개척과 경쟁력 확보를 노린 것이다. 유럽 철강업계의 경우이미 90년대에 36건의 인수합병을 통해 '빅 5' 체제를 확립했다.
빅 5의 선두 주자인 프랑스의 우시노르사는 태국내 합작회사인타이녹스 스틸사의 지분을 28%에서 61%로 확대하는 한편 미국내 자회사 J&L스페셜티사의 잔여주식 46.5%를 인수했다.
또 브라질의 스테인레스 및 특수강 업체인 아세시타사의 지분 35%를 인수, 경영권을 획득하는 등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등 후발 개도국들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은 지난 96년 조강 1억t을 생산해 세계 1위 조강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보산강철 등 4대 철강사를 중심으로 생산구조의 개편, 인원 합리화 및 민영화 추진 등을 통해 신흥 철강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도 SSI, 크라카타우 스틸, 메가스틸, VSC 등 대표적 철강기업들을 중심으로 철강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이들 개도국 철강업체는 기술력은 뒤지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진국 철강업체와의 제휴 등을 통해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 68년 포항제철 설립후 성장을 거듭한 한국은 현재 세계 6위의 철강 생산국이다. 그러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통합화로 경쟁력을 회복한 선진 철강업계의 공세와 저임과 최신 설비를 갖춘 후발 개도국들의 압박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 철강업체들의 고품질 저원가 친환경적인 신기술 개발 경쟁에 맞서 포철 역시 용융환원제철법, 스트립 캐스팅과같은 혁신기술 개발을 추진중이며 차세대 제철법으로 손꼽히는 파이넥스공법 시험설비를 완공했다.
파이넥스공법이 실용화되면 쇳물 제조원가가 크게 절감될 뿐 아니라 환경오염물질 발생량을 9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세계 철강업계가 도금강판, 스테인레스강판 등 고급강 및 특수강 제품, 즉 고부가 제품 생산에 치중하고있어 포철도 고품질 철강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포철은 획기적인 차세대 구조용강으로 꼽히는 슈퍼 스틸(Super Steel)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하이퍼스21(HIPERS-21:High Performance Super Structural Steel for the 21st Century)로 이름붙여진 이 제품개발사업은 지난 98년부터 10년 기한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 제품은 강도와 수명을 2배나 향상시킨 구조강이다.
슈퍼 스틸 개발이 성공하면 높이 1천m의 초고층 빌딩 건축이 가능하고 동일한 높이의 건물 대비 소요자재 중량도 절반으로줄어들어 건축비가 훨씬 싸진다.따라서 후발 개도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림으로써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철강산업 역시 전자상거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2010년쯤 철강재 전자상거래 규모가 세계 전체 철강소비의 절반에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포철도 경영관리의 정보화와 함께 정보기술을 접목,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소싱과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철강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들은 글로벌화 전략과 관련, 중국과 동남아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을 우선 공략한 후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포철은 현재 중국과 베트남에 각각 3개와 1개의 현지 공장을 두고 있으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포항철강공단의 내실화를 도모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포항 철강산업이 1차 금속업종에 지나치게 치우친 반면 조립금속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중간 가공산업은 부족해 산업 연관효과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조립금속산업과 연계,산업 군집화를 유도하고 생산업체, 부품공급자, 연구소, 학교 등이 상호 지식 교류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역산업집합체를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철 관계자는 "최근의 위기가 우리에게 약이 됐다"며 "신기술과 고부가 제품 개발을 통해 변화에 대처한다면 충분히재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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