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림이야기-화가들의 자녀 미술교육은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미술교육에 무척 관심을 기울인다. 어린아이들이 그림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거나 그들 나름의 사고를 그대로 담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림 그리기를 직업으로 하는 화가들은 아이들의 미술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을까?

그들은 '절대로 미술학원에는 보내지 않는다'는 이율배반적인 말을 자주 한다. 학원 운영자도 과거에 그림을 그렸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료들인데, 어떻게 이런 답변이 나올수 있는 걸까.

한 40대 화가의 설명. "미술학원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력을 죽이거나 창의력을 망치는 쪽으로 갑니다. 나무라면 이런 저런 모양이 있을 수 있는데 꼭 이런 형태만 나무라고 가르친다거나, 나무의 색깔도 빨간색이나 검은색이 될 수 있는데 초록색만 칠하라고 가르칩니다".

아이들에게 미술교육의 근본이념인 무한한 상상력과 자유로움을 키워 주는 게 아니라, 얄팍한 기교나 가르치면서 고정적이고 관념적인 사고만 주입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다른 30대 여류화가의 경험담. "몇년전 미술학원을 운영할 때 부모들로부터 어처구니없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옆집 아이는 무슨 대회에서 상을 받았는데 우리 아이도 그렇게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학원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틀린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죠".

우리 교육이 대개 그렇듯, 상장이나 기대하는 부모들의 그릇된 인식으로 아이들의 미술교육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단순히 어른들에게 그림을 배우는 대상일까? 김흥수 이왈종 같은 대가들은 사석에서 오히려 아이들에게 그림을 배운다는 얘기를 자주 털어놓는다.

제주도에 사는 한국화가 이왈종씨는 일주일에 두차례 3세부터 국교생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그림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대머리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아이들과 만날 때가 제일 즐겁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함께 어울려 즐겁게 노는거죠. 아이들이 맘대로 칠한 그림이나 아무렇게나 만든 공작물에서 작품의 힌트를 얻고, 새로운 기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거꾸로 대가들의 작품세계를 풍요롭게 해주는 현실을 보게된다. "감히 아이들을 가르치다니…"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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