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경제 상품문화(5)-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도시 앙굴렘(Angouleme)에서 매년 1월말 4일동안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만화축제.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은 관광자원이 없는 지방 도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만화'라는 문화산업을 일궈낸 좋은 본보기이다.

인구 8만명의 작은 도시 앙굴렘의 이같은 저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은 1972년 이곳의 몇몇 만화가와 동화작가 그리고 출판업자들의 모여 '천만개의 영상'이란 발표회를 가진 것이 모태가 됐다.

여기에 고무된 시 정부가 2년 뒤부터 적극적인 행사 유치에 나섰고 시민들의 호응이 어우러지면서 오늘날의 국제 만화 페스티벌로 발전한 것이다. 축제의 발전을 위한 앙굴렘시의 노력은 남달랐다.

지역의 문화 인프라 구축에 앞장섰으며, 행사 비용의 안정적인 충당을 위해 대형 유통업체와 금융기관의 지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중앙정부의 문화부 장관이 방문하던 1982년 주립 미술학교에 만화 아틀리에(학과)가 생겼으며, 다시 2년 후 대통령의 방문과 함께 만화 영상 박물관을 건립하면서 앙굴렘은 일약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게 됐다.

앙굴렘은 이제 도시 전체가 만화로 메이크업 된 아름다운 도시로 변했다. 페스티벌이 열리면 온 도시가 만화로 장식된다. 길잃을 염려도 없이 조그마한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전시장을 발견하는 기쁨은 앙굴렘에서만 맛보는 즐거움이다. 또 프랑스 곳곳에서 모여든 아마추어 작가들이 거리에서 자신의 만화를 홍보하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축제기간이면 매년 20만명의 관람객들이 앙굴렘을 찾는다. 지난해의 경우 주최측의 보다 짜임새있는 행사 구성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입장권 판매수만 총 21만장을 기록했으며, 3, 4일간의 일정을 모두 볼 수 있는 올 패스(All Pass) 티켓 판매량도 획기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그 여파로 앙굴렘 근교 1시간 이내의 거의 모든 숙박시설 예약이 행사 전에 끝났으며 앙굴렘 페스티벌 공식 사이트(www.bdangouleme.com) 접속건수가 무려 130만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축제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를 말해주는 것이다.

앙굴렘 만화축제는 행사 운영에 있어서도 차별화된 노하우를 발휘했다. 축제 기간 중 철도편으로 앙굴렘을 찾는 사람들에게 25~30%의 할인혜택을 줬다. 교통비가 비싸다는 여론을 반영해 보다 많은 타지역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더 중요한 것은 도시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주최측은 행사를 위해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는 기존 도시 기반시설을 적절하게 사용했다. 시청이 행사장으로 이용되는 것은 물론 성당에서는 종교 관련 만화를 전시.판매하고 성경 만화 제작과정을 소개했다.

학교 건물도 초.중.고별 연령층에 맞는 전시장으로 탈바꿈했고 공원에도 대규모 전시가 이루어졌으며 분수대에까지 임시 전시장이 마련돼 젊은 작가전을 개최했다. 시내와 조금 떨어진 만화센터와 전시장에는 무료 버스를 운행해 참가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전시내용도 세계적인 규모에 걸맞게 다채롭다. 어린이 만화 공모, 신진작가 작품전, 만화 벼룩시장, 중고 만화시장, 해외초청 작가전, 신진작가 작품전, 작가와의 만남과 사인회, 출판사별 홍보전시장, 유명만화의 이미지 전시관, 캐릭터 판매 등 관람객들에게 참여와 관람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앙굴렘시는 전체가 만화적 발상과 아이디어로 집약된 도시이다. 오랜 노하우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파생산업이 발생했고, 부대산업이 기간산업화되면서 문화적 자생력이 생겨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도시로 떠오른 것이다.

만화산업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일찍이 예견하고 축제를 준비해 온 앙굴렘시의 앞서가는 행정과 시민들의 참여정신이 하나가 된 중소도시 축제의 한 원형이다. 앙굴렘에서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