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무료급식을 해 오면서 쌀이 떨어진 적은 있어도 밥은 떨어진 적은 없었어요. 쌀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밥은 차려드렸지요".
지난 91년부터 대구시 중구 교동 '요셉의 집'을 맡아온 김 아오스딩(64·수녀)원 장. 울산에서 8년간 무료급식센터를 운영한 것까지 보태면 무료급식소 운영 경력 만 20년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평범한 격언이 나름의 철학. 쌀이나 반찬거리가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를 때마다 힘이 되어준 것은 무명의 소시민들. 일 손이 모자랄법도 한데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발길이 넘쳐난다고.
주부, 대학생, 직장인들로 구성된 이곳 자원봉사자는 모두 40여명으로 매일 급식 을 돕는 고정멤버만 20여명. 급식은 오전 11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1시에 끝난다. "멀쩡하게 차려 입은 옷차림새로 밥을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을 보면 '제 손으로 벌어 먹으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2,3인분의 식사를 허겁 지겁 해치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측은한 마음이 앞서기 마련이에요".
요셉의 집을 찾아 한끼를 해결하는 이들은 250여명에 달하는 노숙자, 실직자, 불 우한 노인들. 하지만 이들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식사분량은 이들의 3배가량인 700~ 800명분.
80kg짜리 쌀 한 부대로도 모자라 토요일이면 100kg은 너끈히 소화된다. 한끼 식사를 위해 준비하는 취사솥도 보통 14솥. 한 번에 50인분 솥 4개씩에서 밥 을 지어낸다. 간단한 밑반찬장만도 좀체 '간단'치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침 7시부터 식사를 준비하는 '열성'도 새삼스럽지가 않다. 매일 1등으로 '출근'한다는 임 마리아(67) 할머니. "(무료급식소를) 쉬는 날이면 답답해서 원…" 젊은 자원봉사자들로부터 '큰 할머니'로 통하는 임할머니는 이곳 에서 가장 부지런하기로 손꼽힌다.
매주 수요일·일요일만 빼고 5일동안 무료급식을 하는 이곳은 '빨간 날'에도 급식 이 쉼없이 이뤄진다. 이번 설 연휴 3일간에도 자원봉사자들 전부가 출근해 따뜻한 밥을 지을 작정이다. 혹시나 명절기간에 다른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으면 밥을 굶 지나 않을까해서다.
김 원장이 또 하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티끌모아 태산'. 무료급식소일을 하고 부터 뼈저리게 와 닿는다고. 요셉의 집을 지탱해나가는 건 이름없는 이들의 소박 한 베풂이다.
"한번은 초인종이 울려서 나가봤더니 사무실 현관 앞에 옷가지며 마른반찬을 누군 가 몰래 놓고 갔더군요". 봄,여름 무렵이면 인근 팔달시장 젊은 상인들이 팔다 남 은 무며 배추를 반 트럭이나 한 트럭씩 배달해준다. 자투리땅에 채소를 심어 자전 거에 싣고 갖다 주기도 하고, 밥 먹을 때마다 조금씩 모았다며 쌀 자루를 불쑥 내 미는 이도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무료급식소는 등록된 32개소를 비롯해 모두 45곳으로 종교단체나 뜻있는 독지가들이 자발적으로 설립·운영하는 무료급식소가 대부분 이다.
시는 매년 10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급식소를 찾는 굶주린 이 들의 배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 음식마련·취사·설거지 등 급식소 운영 이 자원봉사자들 손에만 맡겨지다보니 일손이 모자라기도 예사다.
김 원장은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말이 '이 일을 돈을 받고 하라면 못한다'고 하더 군요.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일부를 대가없이 베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원봉사의 정신이지요"라며 말을 맺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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