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중매시장의 '女超'

영화배우 김지미씨가 남편 이종구(70)박사와 결혼 10년만에 파경위기라고 한다. 정식으로 갈라선다면 그녀의 나이 62세이니 그야말로 '황혼이혼'이다. 그녀의 결혼파트너 네사람은 홍성기-최무룡-나훈아-이종구씨로 그녀의 명성에 걸맞게 상대방도 화려한 인물들이다.

이혼에 관한한 엘리자베스 테일러(70)도 둘째가라면 서럽다.그녀가 여덟번째 만난 짝궁은 무려 20년 연하의 건축노동자 래리 포텐스키. 5년을 살다가 91년에 이혼했으니 김지미보다는 한수 위다. 앞으로 둘다 5혼(婚)과 9혼(婚)을 말라는 법도 없다.

▲우리나라 부부의 절반이 이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그래서 별로 충격적이지 못한가? 한국여성개발원이 최근 전국 16개도시의 7천가구 부부응답자에게 물어봤더니 무려 47%가 이혼생각에 밤잠을 설친 적이 있다고 실토했다.

농담으로라도 '이혼'이라는 두글자를 입에 올리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이혼의 유혹에잠시나마 휘말렸던건 성격차이(40%) 금전적 갈등(29%) 탓이었다니, 이건 김지미·테일러의 이혼사유를 그대로 빼닮은 꼴이다.우리의 가정은 그래서 위태롭다.

▲더욱 기막힌건 국정홍보처가 지난 연말에 실시한 한국인의 가치관조사.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배우자와 혼인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응답자가 4천500명중 무려 48%였기 때문이다. '젖은 손 애처로워 살며시/…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는 40, 50대의 18번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는 그야말로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왜 돌려(?)가 돼버렸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소크라테스 선생의 말씀은 그래서 정답이다. 우리나라는하루평균 915쌍이 죽어도 좋다며 결혼하고, 350쌍이 죽어도 못살겠다고 헤어진다. 결혼 5년안에 보따리를 싸는 경우가 이혼의 64%이고 보면 여성의 경제력이 그만큼 커졌음을 반영한다.

▲취업난 속에 취업의 대안으로 결혼을 생각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바로 결혼중매시장에 빚어진극심한 여초(女超)현상이다. 서울의 유명 결혼정보회사들의 집계에 의하면 취업시즌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여성회원 대 남성회원의 비율이 63%대 37%, 기업채용이 마무리된 11월에는 66%대 34%까지로 벌어져 여성이 남성의 두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9월까지 여·남 신청자 비율이 43%대 57%였으니 그야말로 중매시장의 성비역전(性比逆轉)현상. 그래서 최근 여대생들 사이엔 취업대신 시집간다는 뜻의 '취집'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결혼이 곧 취업의 피란처가 아님을젊은 여성들이 모를 리 없건마는 왜 이런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지 이사회를 책임진 우리의 '리더'들은 곱씹어 볼 일이다.심심하다고 시집간대서야 쓰겠는가?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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