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특하고 비정한 금속성 알맹이 대신, 순수하고 다정한 식물성 껍데기로 살아가는 사람. 이름이 우익이면서 한때 좌익에 섰다가 고초를 겪었지만, 지금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삼라만상 쪽에 서서 태초의 조물주 음성에 귀기울이고 있는 사람.
슬하에 천지만물을 두고 애지중지 보듬으며 사는 고집쟁이 농사꾼 전우익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란 세상 사는 이야기에 이어 오랜만에 수학하여 거둔 지혜보따리를 '사람이 뭔데'란 이름으로 현암사에서 펴냈다.
책장을 넘기면 경북 봉화의 어느 산골 마을에서 나무를 심고 농사를 지으며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그가 정인(情人)들에게 띄운 편지글들이 오래된 나무처럼 편안하고 단아하게 다가온다. 중국의 노신과 도연명을 흠모하며 김용준 선생의 '근원수필'도 좋아하는 그는 이번 책에서도 그런 글들을 담았다.
'나무심는 즐거움.목수가 본 자연과 건축.근원수필 읽기.도연명.낡은 한옥.노신의 후기문학' 등등. 팔순을 바로보는 연륜 탓인가.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여기는 나무에 대한 상념도 조금 달라진 듯 하다.
생나무보다는 썩은 나무가 좋다는 그의 글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하긴 사람도 풍상을 겪어야 사람맛이 나는 법. 그래서 그는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고 굽은 길이 더 정감난다고 한다.
시인 신경림이 '깊은 산 속의 약초'같다고 했던 전우익, 그가 '큰 물은 오랜 세월 소리없이 저수지에 머물고, 나무들은 군소리 한번 없이 한자리에서 평생을 보내는데, 이땅에서 과연 누가 주인이고 누가 나그네일까'라고 묻고 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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