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중소기협 초청 강연회에서 "5공 청문회가 국가발전을 저해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은 어느모로 보나 적절치 못하다. 일개인이 자기 의견을 진솔하게 개진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총리 신분으로 현 정권의 임기말에 '청문회 무용론(無用論)'을 들고 나오는 저의가 무엇인지 우선 의심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총리는 5공청문회가 88서울올림픽 이후 굉장히 선진화 돼 가던 한국을 망하게 했다고 개탄하고 있거니와 그렇다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국민의 정부 청문회'를 아예 갖지 말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따지고 보면 5공청문회는 현 정권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평민당 총재시절 주장해서 관철된 것이다.
그렇다면 김 대통령은 '청문회'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신봉한다고 보아 틀림없다. 그런데 DJ의 임명을 받은 국무총리는 '청문회 망국론'을 들고 나오고 있으니 이게 웬일인가. 설마 이 총리가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닐 것이고 보면 혹시 각종 '게이트'로 날이 지새고 있는 현 정권 실세들이 다음정권에서 '청문회 정국'에 휩싸일 것을 우려한 나머지 나온 비호발언이 아닌지 추측하게 된다.
요컨대 DJ의 임명을 받은 이 총리의 발언치고는 적절치 못한 것이다. 우리는 이 총리의 역사의식에서 심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이 총리는 88올림픽의 엄청난 의미를 계속된 청문회로 스스로 짓밟았다고 개탄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88올림픽처럼 자랑스런 것을 북돋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리와 부패를 척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 정권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국민의 정부 청문회'를 갖는 것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과거처럼 당리당략과 표몰이식 인기전술의 장광설로 청문회를 이끌어서는 안되겠지만 효율적인 청문회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총리가 말하는 국가의 진운(進運)도 결국 비리가 완전히 척결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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