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저리 쏟아지는 물소리 속에 흰 구름 한가히 떠다니는데, 어느 때 나막신 신고 저 곳에 갈 수 있을까?. 기억하네, 관음문 바깥 길에 나서면, 양쪽 푸른 산에 의지하여 서 있었지'
불세출의 예술혼을 불사르고 어느날 문득 사라져버린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의 '산수도 8첩 병풍'의 한폭인 '난천 백운도(亂泉白雲圖)'의 화제(畵題)같은 쏟아지는 폭포와 흰구름이 장엄함을 연출하는 풍광은 계절탓에 애시당초 기대치 않았건만 그래도 폭포는 말없이 겨울을 이기고 있었다.
경북 영천 신령 치산2리 팔공폭포. 대구를 벗어나 2시간여만에 팔공폭포에 도달하니 마음은 벌써 긴 여로의 나그네다.퍼뜩 상념을 떨치고 보니, 이미 동행한 작가는 땅거미 지는 늦은 오후의 추위에 외투 깃을 바짝 세운채 폭포를치받아 보는 편평한 바위에서 뚫어질 듯 4단으로 구비치는 폭포를 응시하더니 어느순간 빠르게 스케치해 나가고 있었다.
가장자리가 하얗게 얼어붙은 폭포가 중심을 잡더니 주위에 키낮은 소나무가 모습을 드러내고, 태양의 각도에 따른 음영이 그림의 심도를 더한다.
발아래 얼음장에서 실뱀이 움직이는 것 같아 유심히 보니, 오호라 꽁꽁언 것 같은 얼음장 밑으로 수정같이 맑디 맑은 물이 숨죽여 흘러내리고 있다.
요절 작가 전혜린이 그랬지 아마, 기차가 터널에 들어가 안보인다고 해서 달리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한 겨울이 팔공폭포 밑 얼음장 아래로 숨죽여 지나가고 있었다.
글: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그림:우승우(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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