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보러 한양에 온 선비가 야밤 장정패거리에게 납치됐다. 자루속에 넣어져 떠메여간 선비가 눈을 뜬 곳은 원앙금침에 황촛대가 이글거리는 양반집 내방.
곱게 차린 한 여인이 들어와 사랑을 나누고 다시 자루에 담겨진 선비는 납치된 곳에서 풀려났다.광해조 '어우야담'이란 책에 있는 이야기다. 아내가 불임일 때 다른 여자의 자궁(난자)을 빌려 자식을 얻는 '씨받이'와는 정반대인 '씨도둑'이다.
▲굳이 정자와 난자의 값을 매기면 얼마쯤일까? 선진외국에선 난자값은 5천달러에서 1만달러 전후, 정자값은 40달러에서 300달러 선에서 형성된다고 한다. 난자는 금값, 정자는 쇳값인 셈이다. 작년 미 하버드대학의 한 여학생은 불임부부에게 자신의 난자를 1만8천달러에 팔았다.
난자수요자들이 희망하는 '난자 엄마'의 최적조건은 키 180㎝에 금발과 파란눈의 여대생으로 유전적 결함이 없을것. 성업중인 영국의 인터넷 정자경매장에는 300달러 이하의 가격표를 붙인 근육질의 남성들이 전시돼 있다고 한다. 웃고 넘어갈 이런 얘깃거리가 그냥 웃어넘길 수 없게된 것은 우리나라에도 '난자구함'이라는 역경매가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등장해버린 탓이다.
재작년 에드워드 4세라는 대구의 여고생이 불임언니의 부탁으로 희망했던 난자구입 가격은 200만원이었다. 결과는 미지수. 불임을 해결해주는 우리 병원들의 경우 정자·난자는 일단 기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미국의 18세 소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정자를 기증했던 '생물학적 아빠'를 몇달 후 만난다고 한다. 정자기증의 신원불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인공수정분야에 획기적인 사건이다. 성년이 된 클레어양은 자신의 친척들에 비해 왜 유독 키가 크고, 유머감각도 다른지 그 오랜 궁금증을 풀기를 원했고, 미혼이던 40세에 정자은행을 통해 클레어를 낳은 어머니 또한 지금의 남편과 의논, '생물학적 부녀'의 상봉에 적극 찬동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평화로운 가정이 깨어질까봐 질겁할 일이지만,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수많은 사람들의 "나는 도대체 누구냐?"하는 정체성의 확인차원과 공개적 입양추세에 맞춘 서구인들의 '오픈 마인드'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만남의 조건은 '그 어떠한 법적관계도 원치 않는다'는 데에 양측 모두 동의 하고서다.
▲인공수정 아이의 법적지위에 대한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재작년에 제기된 바 있다. 서울 가정법원은 그때 '타인의 정자로 인공수정한 아들을 남편호적에서 빼달라'는 이혼아내의 요구를 거절했다.
아마도 클레어양과 같은 만남의 사건은 급변하는 사회풍조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가 될게다. 신혼부부의 무려 15%가 불임에 고통받는 한. 우리에게도 인공수정아의 법적정체성의 혼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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