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악의 축' 발언 비판고조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 대테러 전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38개국의 외무, 국방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미국의 '악의 축'발언에 대해 러시아는 동의하지 않으며 이들 국가들이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미국이 자의적으로 대테러전을 확대해서는 안되며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도 미국의 테러전 확대에 대해 더 지원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북한과 이란 등 독일이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국가들을 공격 목표로 삼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대안으로 자처하는 세계사회포럼(WSF)도 2일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발언과 관련한 비난 결의안을 채택하고 "전쟁은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WSF는 이날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제2차 연례총회에서 결의안을 통해, "군사력의 확대로는 테러를 이길 수 없으며, 전쟁은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WEF 총회에 참석한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이사회 사무총장등 유럽국 참석자들도 지난달 31일 강경일변도의 미 대외정책에 우려를 표시하며 미국의 독주를 꼬집고 나섰다.

프랑스 주요 일간지 라베라시옹은 2일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당사국은 물론 유럽, 러시아, 중국, 아랍, 심지어는 미국내에서도 큰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발언과 관련 "북한과 이란, 아라크가 세계에 대해 '분명하게 현존하는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폭스 TV회견에서 "이란은 테러를 확산·지원하고, 북한은 대량파괴무기를 증식시키고 있으며 이라크는 중동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 월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도 "미국이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긴밀한 협의를 하며 나토가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미국은 아직 군사행동에 관해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