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外華內貧)은 화려함 뒤에 감춰진 지역 예술계의 열악한 재정상태를 거론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경제난 이후 후원의 손길이 뚝 끊겨 고사 직전이라는 목소리가 지역 예술계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그나마 각종 정부 지원금이 예술활동의 밑거름이 되고 있지만 재정난 해소에는 미흡한 실정. 이러한 상황에서 음협 대구지회가 성공적인 후원회를 구성, 재정에 숨통을 틔우면서 후원조직 활성화가 지역 예술계 새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수년전부터 지역에서 연극인 박정자씨를 지원하기 위한 꽃봉지회 가입이 늘고 있으며, 최근들어서는 월간 객석 봐주기 운동으로 문화후원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밖에 일부 지역미술인.서예가가 개인 후원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한동안 태창스틸 등이 지역예술의 후원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 10월 최영은 음협 대구지회장이 1천명의 후원인을 모집, 3천여만원의 후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때 성공을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음협 대구지회는 후원인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지회장, 부지회장, 이상 등 모든 구성원들이 팔을 걷어 붙이고 후원인 유치에 나서 불과 3개월여만에 1천여명에 육박하는 후원인을 성공적으로 모집, 대구음협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음협 대구지회의 성공적인 후원회 조직구성은 전국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값진 모델로 평가 받으면서 문화단체들의 후원회 결성의욕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 지회장은 지난달 17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음협 포럼에서 후원회 조직과정과 운영 계획 등에 대해 공개, 후원회 결성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 공유'까지 실천, 예술계의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아직 음협 대구지회의 후원회 결성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원회 조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운영과 좋은 음악 활동을 제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 이를 위해 음협 대구지회는 지회 조직과 별도로 후원회를 관리하는 운영위원회를 두어 운영의 묘미를 살렸다.
"그동안 지역 예술계는 경제난으로 지역 기업이 고사하면서 후원 여력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후원인 발굴 대신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문화인들은 지역 예술계가 정부만 바로 보는 현상이 가중되면서 문예진흥기금을 갈라먹기식으로 나눠가진다는 비판을 가해왔다. 이에 일부 단체들은 제대로 된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몇몇 단체를 선정,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지역 예술계에서도 후원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6일 한국예총 대구지회장으로 선출된 권정호 대구대 교수도 선거 공약으로 예총 대구지회 경영난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지회장은 경영기법을 도입, 예총 대구지회의 자체 예산 확보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지역 예술인들이 우방 살리기 공연을 잇따라 개최한 것도 든든한 후원자 없이는 지역 예술발전도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회는 이미 무한 경쟁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다. 손익 계산 논리로 예술을 평가 할 수 없다는 타당성이 점점 힘을 잃어가면서 예술계에도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 기꺼이 후원금을 낼 시민, 기업들이 한정되어 있는 것이 지역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마냥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질높은 예술을 선보이고, 적극적으로 후원인을 발굴하려는 단체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 지역 예술계가 어려운 살림살이를 어떻게 헤치고, 인적, 물적 자원을 개발해나갈지 두고볼 일이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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