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축제 시민힘으로
"올림픽보다 더 큰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전 세계인에게 일본의 친절과 시민정신을 알리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번 2002 월드컵대회 기간동안 요코하마(橫濱) 종합경기장을 찾는 관람객 들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일본의 한 중의원(衆議員)이 열심히 관중들을 직접 안내하는 신선한 충격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 지역 출신 중의원 히구치( 桶口)씨가 자원봉사자로 지원, 일반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 또 오사카에서는 월드컵 최고령 자원봉사자인 83세 할아버지의 가이드를 받는 '즐거운 송구스러움' 을 맛봐야 할 지도 모르겠다.
월드컵대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자원봉사 활동이 필수.'민간 외교관'이나 '장외 국가대표'로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은 국제 행사의 성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꼽힌다. 경기장 안팎에서 외국손 님들의 손과 발이 되는 자원봉사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따라 국가나 도시의 이미 지가 제고될 수도 있고 정반대로 실추될 수도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
그런 점에서 일본월드컵 조직위원회(JAWOC)는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자원봉사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관심과 자질이 높다고 자부하기 때문.
JAWOC는 지난해 자원봉사자를 뽑으면서 단서조항을 달았다. 절대로 경기를 봐서는 안된다는 것. 혹시나 있을 지 모르는 '공짜 구경'을 위한 편법 지원을 사전에 막 고 말 그대로 순수한 의미의 자원봉사자만 뽑겠다는 의지였다. 지원자가 부족할 소도 있다는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땐 1만6천여명 선발에 그 2배에 가까운 2만5천명의 지원자가 쇄도한 것.
400~1천400여명씩을 따로 뽑은 10개 개최도시 자원봉사자 선발에도 이 조항은 똑 같이 적용됐다. 그래도 지원열기는 결코 식지 않았다.
요코하마시에서 통역안내자로 725명을 선발할 때 6천900명이 신청, 경쟁률이 무려 10대1에 육박했을 뿐만 아니라 지원자 4명중 1명이 요코하마 시외 거주자이면서 도 자원봉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 시 관계자들을 고무시켰다. 또 사이타마(埼 玉)에서는 400명의 전체 선발인원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자가 80명에 달해 노소를 불문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대회 개막전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자원봉사자 교육에 대한 참여도 높아 JAWOC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들의 연수회 결석자는 통상 5% 안팎이지만 실제 대회를 통 한 현장교육 때는 거의 100%가 참석한다"고 소개했다.
월드컵 자원봉사자들이 맡는 업무는 다양하다. JAWOC 봉사자는 경기장 출입구 경 비와 VIP 접수-영접, 미디어센터 지원, AD(등록)센터 보조 등 경기장내의 일을 주 로 하게 되고 개최도시 선발 자원봉사자는 경기장 외곽을 맡아 지하철역이나 경기 장 진입로에서 관중들을 안내하거나 주차관리, 경기장 미화, 이벤트행사 보조 등을 담당하게 된다.
사실 일본은 월드컵을 떠나 자원봉사 활동이 활성화된 나라다. 일본 정부는 공공 주도의 사회복지 정책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 일찍부터 눈 떠 민간인력을 활용 한 자원봉사 활동을 오래 전부터 장려해 오고 있는 것.
이미 1948년에 일종의 법 정 자원봉사제도인 민생위원령(民生委員令)을 제정했고, 62년에는 일본형 자원봉 사센터라고 할 수 있는 선의은행(善意銀行)이 개설되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 하고 있다.
아울러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현재 전국적으 로 8만3천여개의 자원봉사단체에 6백22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95 년 1월 한신(阪神)대지진 당시 보여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대참사 가 일본 자원봉사의 진가를 전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편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대우도 눈길을 끄는 부분. 이번 월드컵 자원봉사자들은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근무하지만 점심 한 끼만 제공받게 된다. 교통비조차 보조되지 않아 시간과 노력 제공에 자기 돈까지 들여야 하는 셈이다.
JAWOC 오사카(大阪)지부 야마다 아츠오(山田厚生) 총무과장은 "자원봉사자들은 점 심 이외 실비 보상 차원의 어떤 지원도 받지 않지만 불만이 없다"며 "오직 자신들 의 고향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기 때 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직기자 jig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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