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을 고르고 나서-현란한 디자인 보다는 메시지에 관심을

책에는 저마다 무게가 있습니다. 단지 질량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 나온 책을 처음 접할 때독자가 갖게되는 심리적인 측면에서의 무게 말입니다. 도저히 읽어보지 않을 수 없는 책에 대한 책임감을 달리 표현하면 바로 무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주 신간을 싼 봉투를 뜯으며 이런 상념에 잠시 빠져 보았습니다. 독자들은 어떤 책에서 무거움을 느낄까? 하고….겉보기에 볼품 없지만 뭔가 무거움이 느껴지는 책, 분량에서부터 독자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책,표지 디자인과 제목에서 뭔가 분위기를 유도하는 책 등 책은 저마다 모습을 달리합니다.

하지만 독자들이책 만드는 사람들의 불순(?)한 의도에 흔들리지 않고 책 쓴 이의 진정한 메시지를 읽어낸다면 책 고르기는 일단 성공한 셈입니다.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제임스 조이스의 삶과 문학, 사유의 궤적을 충실하게 고증한 전기 '제임스 조이스'는 그의 생애를 다룬 책 가운데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저작입니다. 비단 영문학도가 아니더라도 20세기 최고의 작가인 조이스의 문학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독자에게 1400쪽이 넘는 분량도 그리 부담되지 않을 것입니다.

프랑스 사회역사학자 조르쥬 비가렐로가 쓴 '강간의 역사'는 섹슈얼리티와 성폭력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 책입니다. 근대 초기 프랑스의 성폭력에 대한 상대적인 관용의 역사에서부터 18세기말 성폭력에 대한 법적 태도, 19세기 강간에서 도덕적 폭력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하고 있어 일독을 권합니다.

또 아프가니스탄 작가 아티크 라히미의 '흙과 재'는 90쪽 분량의 얇은 책이지만 소련의 침공을 받은 조국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폭격으로 귀가 먼 손자를 데리고 탄광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한 노인의 여정이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운 책입니다.

기존 가치관을 송두리째 거부한 그룹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의 삶과 죽음을 추적한 '지워지지 않는 너바나의 전설'은 천재 록 가수의 삶에서 당대 사회상과 인간의 내면을 탐색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밖에 4천년 성서의 역사를 찾아 떠나는 고고학 탐험서인 '성서고고학 이야기'와 클레오파트라, 명성황후, 진시황, 정도전, 조조, 카사노바 등 역사적 위업과 실책이 뚜렷했던 탓에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들을 가상인터뷰한 '13인의 변명'도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책으로 생각됩니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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