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증시 이해는 선물 공부부터

컴퓨터가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한다?

선물을 모르고는 현물 주식투자도 하기가 힘들어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특히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에 대거 유입되면서 지수가 요동치는 경우가 많아 프로그램 매매 동향을 점검해 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란 선물 지수와 현물 지수(KOSPI 200)간의 상대적 가격 차이가 생기면 그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자동 매매를 말한다. 기관투자가들은 컴퓨터에 거래조건을 미리 입력해 둔 뒤 현물과 선물가격이 정해준 거래 조건내에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주문이 나가도록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가지수선물이 현물주식보다 높아지면(콘탱고) 현물주식을 사고 주가지수선물을 매도한다(매수차익거래). 반대로 현물주식이 주가지수선물보다 높아지면(백워데이션) 주가지수선물을 사고 현물주식을 판다(매도차익거래).

매수.매도 차익거래가 현물주식시장의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주 중심으로 매수.매도가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매매로 지수가 급등락하면 이에 영향받은 개인투자자들의 추격 매수 혹은 투매가 일어나기 때문에 지수의 변동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하는 지표는 프로그램 매수 차익거래 잔고다. 프로그램 매수는 일시적으로 증시를 떠받치는 '효자' 노릇을 할지 모르지만 결국 만기일에 청산되어야 할 대기 매물을 쌓아놓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선물.옵션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프로그램 매매 차익거래 잔고의 증시에 대한 영향력은 커지게 된다.

지난달 옵션만기일이었던 1월 10일에는 매수 차익거래 잔고의 30%에 달하는 1천577억원의 주식이 매물로 쏟아져 나와 주가를 20 포인트 이상 떨어뜨리기도 했다.이번달의 옵션만기일은 14일이다.

만기일이 가까워질수록 옵션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다음주는 설 연휴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이번주에 매수 차익거래 잔고 가운데 상당부분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14일이 선물 만기일이 아닌 지수옵션만기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매수 차익거래 잔고 가운데 선물과 연계된 물량을 제외하면 옵션만기일에 나올 물량은 1천억원 규모에 불과해 증시가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는 실질적인 수급 개선이 아니라 무위험 차익을 노린 기계적 거래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시장의 폭등락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만 증시의 장기적 추세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 증시의 정설이다.

한국투신증권 대구지점 강대원 과장은 "선물 혹은 옵션의 만기일이 다가오면 차익거래 잔고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며 "만기일에 프로그램 매도로 주가가 폭락할 경우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므로 우량대형주를 저가에 매수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