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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선생 관수세심 시정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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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없는 강이/ 몹시도 설렌다// 고요한 시간에/ 마음의 밑뿌리부터가/ 흔들려 온다// 무상(無常)도 우리를 울리지만/ 안온(安穩)도 이렇듯 역겨운 것인가?// 우리가 사는게/ 이미 파문이듯이/ 강은 크고 작은/ 물살을 짓는다'.

원로 시인 구상(具常.82)선생의 문학기념관이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에서 올 봄 문을 연다.

그의 문학적 배경이었던 낙동강변 옛 집터 497평 부지에 모습을 드러낸 구상문학관은 2층 현대식 문학관 건물과 한옥으로 지은 관수재로 오는 4~5월 개관을 목표로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문학관에는 선생이 소장하고 있던 2만2천여권의 장서와 서화.서간문.도자기류 등 수천여점의 귀중한 문학.예술자료들이 전시될 예정.

특히 각별한 교분을 나누었던 천재화가 이중섭의 유작과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서찰, 일제때의 희귀 축음기 등 귀중한 소장품들이 눈길을 끌 전망이다.

집필공간이었던 관수재(觀水齋)에는 옛 서재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채 그가 남길 유품을 전시하고 이곳에서 오랫동안 휴양하며 교류했던 이중섭.설창수 등 문우와 예인들의 자취도 되살릴 계획.

동서양 철학과 종교에 조예가 깊었던 시인은 존재론적.형이상학적인 독보적인 시세계를 일궈냈으며, 역사의식도 강렬해 남북 모두에서 필화를 입고 옥고를 치르면서도 지조를 지켜온 전인적 지성이다.

그의 시는 영어.일어.불어.독어 등으로 번역돼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며, 월남 이후 20여년간 왜관에 거주하면서 낙동강과 왜관을 배경으로 '강'.'밭' 등의 시를 남겼다.

김영구(54) 구상문학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다'며 자신의 문학적 발자취조차 남기기를 꺼려했던 선생의 완고한 입장 때문에 기념관 건립이 많이 늦어졌다"며 "귀중한 문학적 자산을 모은 기념관을 문화 불모지인 왜관의 문학예술전당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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