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물주 무관심.업체 덤핑보수 승강기 사고 급증

지난 달 29일 밤 11시 15분쯤 대구시 서구 내당동 ㅅ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집으로 올라가던 박모(43)씨는 3층과 4층사이에서 갑자기 갇혀버렸다. 박씨는 비상벨→아파트경비실→119 구조대 출동의 소동속에 악몽같은 20여분을 보내야 했다. 박씨는 "지은지 10년이 넘은 이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에 한두번 안 갇혀 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엘리베이터 타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건물의 엘리베이터 보수 소홀과 보수업체들의 부실보수 등으로 사고가 급증, 불안을 낳고 있다.

대구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사고로 인한 119구조대 출동이 98년 178건, 99년 191건, 2000년 261건, 지난해 272건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올들어서도 병원.아파트.공공기관.모텔.일반빌딩 등에서 엘리베이터 고장사고가 12건 발생했다.

이는 IMF이후 건물주들이 엘리베이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대구.경북지원에 따르면 1년에 한번인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엘리베이터가 2000년 11건에서 지난해 50건으로 급증했다. 건물주들이 안전검사 연기신청을 하고 운행을 잠정 중단한 엘리베이터 대수도 99년 72건, 2000년 102건에서 지난해 172건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건물주들이 보수업체에 지출하는 보수료가 IMF 이전엔 엘레베이터 한대당 월 9만~10만원이었으나 최근에는 5만원이하까지 떨어지면서 부품교체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엘리베이터 보수업체는 97년 10개에서 현재 33개로 5년새 3배이상 증가, 보수료 덤핑 경쟁을 낳고 있다.

보수업체 관계자는 "업체간 과다 경쟁으로 대부분의 보수업체가 표준보수료의 절반도 받지 못하자 부품교체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단가가 싼 저질, 불량 제품이 나돌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는 "권고사항에 불과한 표준보수료를 어느 정도의 오차 범위내에서 법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부터 승강기등급관리제를 실시해 위험등급의 엘리베이터는 특별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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