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태준씨 재탈북 논란-삼엄한 보위부 탈옥 등 '빠삐용'식 행적 궁금증

북한에 둔 아내를 데리고 오겠다며 2000년 6월 재입북한뒤 북한당국에 붙잡혀 억류중이던 유태준(34)씨가국가안전 보위부 감옥을 탈출, 재탈북에 성공해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의 행적에 여전히 석연찮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그가 아무리 한국판 '빠삐용'이라 하더라도 북한사회의 대명사인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피해 남과 북을 어떻게 제 집 안방 드나들듯이 할 수 있는가에 궁금증을 증폭시켜 주고 있다.

또 북한내 인권 유린의 트레이드 마크로 불리는 보위부 감옥을 쉽게 탈출할 수 있었던 경위, 정부가탈북 귀순→재입북→기자회견→재탈북→재입국을 한 유씨를 단지 이틀간의 조사만으로 풀어준 배경 등의 부분은더욱 명쾌한 해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위부 감옥 탈출

유씨는 사선을 넘어 재입국한뒤 13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평양 보위부 감옥의 담을 뛰어넘어탈출을 했고 고압의 전류가 흐를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 철조망을 피하기 위해 옷을 걸쳐놓고 담을 넘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정치범 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한 탈북자는 보위부 감옥은 3m 높이의 담으로 둘러싸여있고 감방내부역시 24시간 감시및 통제돼 탈출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유씨가 당 대남연락부의 공작에 따라 북한에서 두차례 기자회견을 가졌고 남쪽언론들이 계속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유씨에 대한 통제는 여타 수용자와는 달랐을 것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유씨는 두차례 기자회견 후 북측의 통제가 느슨해졌다고 하지만 일반정치범에 대해서까지 가혹할 정도의 통제를 한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만약 유씨의 증언이 모두 사실이라면 북한은 사실상 통제국가로서의능력을 상실했다고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정부의 미온적 조사

유씨는 중국당국으로부터 강제추방돼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11일밤까지 이틀간의 조사를 받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같은 관계기관의 조사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일반 탈북자의 경우도 1, 2개월 동안 탈북경위 등을 조사받는데 비해 재입북-재탈북의 과정을 거친 유씨를 일단 이틀간의 조사만으로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부에 신고를 하지 않고 방북했다는 점에서 '밀입북'에 해당할 뿐 아니라 국가기강을흔들 목적의 방북은 아니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부분과 대공 용의점 등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67년 3월 북한 중앙통신사 부사장 이수근 위장 귀순사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유씨가 국내 재입국 이틀만에 서울 시내를 유유히 돌아다닌 대목은 관계기관에서의 탈북자 보호에도 적지않은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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