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학교'(school)는 그리스어의 '한가(閑暇)로움'을 뜻하는 단어에서 파생됐다. 그리스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해 지중해 해상권을 잡고 난 후에 풍요롭고 자유로운 사색이 바탕이 되어 철학이라는 학문을 꽃 피웠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상술이 인간의 사색의 공간을 많이 빼앗아 왔고 급기야는 인간의 절대적 수면시간에까지 쫓아와서 상품을 사라고 졸라댄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필요하다. 저녁이 되면 어둠속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지고,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나만의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다. 깊은 사색은 깊은 사상을 낳고, 또 충분한 수면은 내일의 원동력을 제공해 준다. 이렇게 어둠도 존재해야만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24시간 편의점이 등장해 필요한 상품을 언제든지 살 수 있다는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다. 여기에다가 24시간 헬스장, 자동차 세차장, 재래시장에 이어 24시간 김밥전문점까지 등장했다. 세상에는 빛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어둠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24시간 상품판매라는 편리한 상술 뒤에는 인간활동의 휴면시간까지 세련되게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빛이 존재하는 낮 시간에는 여러가지 소음과 복잡한 사회생활로 도저히 사유를 할 여지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24시간 상품판매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러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는 현대생활에서 과거같이 타율적인 규제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나만의 사색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루쯤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가끔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걸으면서 사색도 해 보자.어둠속에서 한 줄기의 빛도 소중하지만 빛 속에서의 어둠도 사색에 때로는 필요하고 소중하다는 점이다.
이동성(대구과학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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