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회, '막말' 파행 그만하라

여야간의 막가파식 막말 공방이 살벌하다. 민주당 송석찬 의원이 부시 대통령을 두고 '악의 화신'이라 하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악의 뿌리'라 하더니 이번에는 한나라당 박승국 의원이 'DJ정권은 김정일 정권의 홍위병'이라 지칭함으로써 여야의 막말 공방전은 확신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금같은 국난기에 서로 힘을 합쳐 국정을 이끌지는 못할망정 상대방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조차 차리지 않은채 앞뒤 가리지 않는 막말로 국회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여야 의원들의 모습에 다시한번 실망치 않을 수 없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어찌보면 앞으로 한반도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 고비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만큼 여야는 동맹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이견(異見)을 조율하고 화합해서 국가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 했다.

그럼에도 송 의원은 '악의 화신' 발언을 했고 이를 맞받아 박승국 의원은 '홍위병…' 발언으로 응수,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를 둘러싼 남북한과 미국의 외교전에서 초당적 외교전략을 내놓아야 할 국회가 이전투구식 막말 싸움으로 헤매고 있으니 기가 막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 방한을 전후 지난 며칠동안 국회 의정단상에는 한마리 연어의 충성을 맹세한 바 있는 저돌성의 여당의원과 저격수로 명성을 떨친 야당의원이 등단, 막말은 오갔지만 이 나라의 진운을 위해 심모원려를 피력하는 발언은 한마디도 없었다는 사실은 우리 국회 위상이 어떤 것인지 짐작게 하는게 아닐까.

어쨌든 지금 여야는 부시의 방한이고 뭐고 안중에 없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기선 제압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 세풍 정국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저질의 막말로 공방을 벌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냉소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만큼 민주당 지도부는 송 의원 발언의 진의를 해명하고 사과하라. 한나라당 또한 박 의원 발언을 해명하고 사과한 연후 국회를 빨리 정상화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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