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있은 한·미정상회담은 대북정책의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양국의 고심의 흔적이 뚜렷하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북한을 침공할 뜻이 없음"을 명백히하고 조건없는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악화된 남·북, 북·미관계 해결의 공을 일단 북측에 넘긴 것이다. 그것은 바로 북한정권의 자세변화를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혀지고 있다.
회담에서 부시는 한국의 햇볕정책 지지를 밝혔고, 김 대통령은 대(對)테러전쟁 적극지원으로 화답했다.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문제도 대화를 통한 '조속한'해결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양국의 대북인식차는 마치 숙제를 풀다만 것처럼 뚜렷해 보였다는 것이 회담을 지켜본 우리의 생각이다.
햇볕에 대한 지지발언과 동시에 "북한이 그 햇볕을 외면하고 있는데 실망했다"고 덧붙임으로써 부시는 '햇볕'의 한계를 분명히 짚었다. 이어 그는 '악의 축' 발언은 삼갔으나 굶주린 주민들에 대한 애정결핍 정권이라며 김정일 정권에 대한 성격규명까지 명확히 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의 대북시각을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향후 남·북관계에서 이산상봉이나 경제교류 같은 김대중정부의 '희망사항'뿐아니라 미사일·재래식무기 같은 미국측 중대관심사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거나, 현상고착이 장기화될 경우에 양국의 대북공조는 또다시 삐걱거릴 수밖에 없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일단 대북(對北) 유화적 국면을 이끈 점에선 회담은 성공인 동시에 김 대통령에게 난해한 숙제를 남긴 셈이다.
또한 북한도 한·미 정상들의 메시지를 냉철하게 분석했기를 기대한다. 클린턴스타일에 대한 미련, 벼랑끝 전술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정권과 주민을 위한 현실적 이익이 무엇인가를 읽기 바란다. 국제사회에 박힌 나쁜 이미지와 불신을 씻을 수 있는 길은 결국 상대가 누구이든 대화밖에 없다. 햇볕정책이 더이상 한반도 평화의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질 때, 그때는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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