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까치떼 울진원전 공사 훼방

울진원전이 5호기 건설 공사장에 날아드는 까치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교하게 시설돼야 할 이곳을 까치들이 배설물로 마구 더럽히기 때문. 주위에서는 이 일을 두고 '까치떼 원전 습격사건'이라 부르고 있을 정도이다.

까치떼가 날아들기 시작한 것은 두달 전. 어느날부터 현장 인부들이 퇴근하는 해질 무렵 한 무리의 까치들이 터빈용 건물에 날아들어 낙하물 방지망 등에서 잠을 자곤 다음날 해뜰 무렵 날아가더니 지금은 그 숫자가 100여 마리로 불었다.

이때문에 아침이면 이들이 밤새 쏟아낸 배설물로 작업장 곳곳이 엉망이고, 원전측은 매일 아침 작업 시작 전 터빈.배관 등에 묻은 배설물을 치우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배설물 자체가 불결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정밀성을 요하는 각종 기기들의 오작동을 유발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그러나 건물 높이가 무려 30여m나 되는데다 내부도 넓어 특별한 추방작전을 세울 수 없는 것이 원전의 고민. 게다가 건설 공사장에서는 살생도 금기시되고 있어 대응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고심 끝에 원전측이 내린 결론은 '공존의 길'을 걷자는 것. 까치떼 출입로로 쓰이는 터빈용 건물 환풍구나 측면을 판넬로 막는 작업이 곧 이루어질 예정인 만큼 그 때까지만 각종 기기들에 천막으로 덮었다 벗겼다 하는 힘든 작업을 감수하며 까치들의 공짜 숙박을 허용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인근 주민들은 "높은 나무에 집을 짓는 까치가 바로 옆에 산이 있고 가로수가 있는데도 굳이 콘크리트 덩어리에 둥지를 트는 것은 특이한 일"이라고 쑥덕거리고 있다. 반면 원전 관계자는 "길조인 까치가 안전 시공을 기원하러 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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