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속 이야기-영화만큼 파격적인 영화제

'파격'이 영화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문화상품의 장기인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s)는 영화에서도 O.S.T 발매 등으로 단초를 열었지만 요즘엔 더욱 어지럽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영화 히트작 메이커로 꼽혀온 명필름과 MBC프로덕션이 최근 손을 잡고 HD(고선명) 디지털 영화인 '욕망'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다.모스크바 유학파 김응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욕망'은 한 청년을 동시에 사랑한 부부의 욕망과 갈등을 담은 작품.

지난해 12월 2일 크랭크인해 지난달 촬영을 마쳤으며 오는 6월 개봉될 예정이지만 충무로의 기획력과 여의도의 기술력이 합쳐 만드는 최초의 영화란 점에서 신기원을 펼쳐보인다.

지금까지 영화사와 방송사 자회사가 공동투자한 사례는 있었지만 공동제작자로 나서 영화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3월 개봉되는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의 류승완 감독이 이창동 감독의 신작 '오아시스'에 조연으로 출연한단다. 감옥에서 막 출소한 사회부적응자 종두(설경구)와 순수한 영혼을 지닌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와의 사랑을 그린 멜로물 '오아시스'에서 류승완은 극 중 설경구의 동생인 '종세'역을 맡았다.

류 감독의 영화 출연은 자신이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이어 두 번째. 이창동 감독이 '죽거나…'를 본 뒤 류 감독의 연기에 감명받아 전격 캐스팅했다는 후문이지만 자신이 만든 영화에 출연하는 흔한 장면과 달리 이번은 진풍경이다.

소설가 하일지씨는 읽히기와 영화 제작을 목적으로 쓴 시나리오, 시네로망(영화소설) '마노 카비나의 추억'(민음사)을 내놓았다. 재미있게 읽고 영화로 만들고 싶은 사람은 만들어라는 뜻인 모양인데 '영화소설'이란 장르가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셈인가.

또 다시 명필름이다. 명필름은 3월 8일 개봉되는 영화 '버스, 정류장'의 개봉에 앞서 버스와 정류장에 관한 단상을 모은 '컨셉트 북'인 '버스, 정류장'을 최근 펴냈다.

엇갈린 버스때문에 헤어져야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되새긴 수필 '버스와 정류장은 나를 슬프게 했다'(영화기획자 정승혜)와 어려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어른이 돼서는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린 한 여자 이야기를 그린 콩트 '버스 정류장, 우리 도시의 솟대'(영화평론가 심영섭) 등 수필, 콩트, 만화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됐다. 호사가들은 영화가 많이 팔릴지, 컨셉트 북이 많이 팔릴지를 두고 입방아를 찧게 됐다.

매체와 매체가 서로 벽을 허물고,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고, 영화감독이 다른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만화경이 영화계 안팎에서 현란하게 이어지고 있다. 배홍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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