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산맥을 가다-(6)텐산산맥-(2)칸텡그리를 향해

작년 7월 14일 오전 제2캠프를 떠나 본격적인 오지탐사에 돌입했다. 지난 밤사이 내린 비가 초원을 촉촉히 적셔 탐사대의 트레킹을 힘들게 했고 출발하자 테게스강을 만나야 했다. 맨발로 건너는 테게스강은 말 할수 없이 차가웠으며 이때부터는 차디찬 빙하가 녹아 형성된 강을 여러 번 마주쳐야 했다.

사방으로 하늘과 땅만이 존재할 뿐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는 오지임을 실감하며 트레킹을 하던 탐사대로서는 이따금 만나는 유목민들이 너무나 반가웠고 그들의 유르트에서 휴식을 취하며 차를 마시고 사람의 체취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해발 3천m를 넘어서자 유목민과 가축의 흔적마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테게스강의 골짜기 폭도 점점 좁아져갔다.

15일 오전 9시 킨틱토베강 인근에 설치했던 제3캠프를 뒤로 하고 낮게 깔린 구름과 차가운 물기를 머금은 에델바이스가 지천으로 핀 길을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트레킹하던 도중 예상치 못한 눈보라가 급습했다. 낮 기온 35℃의 찜통더위를 보이던 날씨가 갑자기 영하로 떨어지며 눈이 내리기 시작해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을 경등산화로 걸으며 무방비상태에 있던 모든 대원을 당황케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날씨는 탐사대가 앞으로 하루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을 전부 느낄 수 있는 변덕스런 날씨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오래지 않아 알았다. 눈보라를 헤치며 한참을 걷자 탐사대의 앞에 거대한 초록색 분지가 나타났다. 분지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투익각팍(좁다는 뜻)강 하류를 향해 몇 번 강을 건너고 3천m의 고도에서 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순간 발아래 협곡속으로는 강물이 힘차게 흐르고 머리 위 암봉에서는 수천, 수만 t의 거대한 돌덩이들이 탐사대를 향해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었다. 식은땀을 훔치며 아찔한 산허리를 돌아가는데 또 다시 툭툭툭하는 소리와 함께 빗방울과 우박이 떨어지며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탐사대를 곤혹스럽게 했다.

사흘간 계속되던 초원이 가문비나무숲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급류도 여러 번 건너자 대원들 사이에서는 "오지탐사가 물 건너기냐"는 농담이 절로 나왔다. 숲길이 다시 산사면의 초원을 따라 트래버스되자 골짜기마다 보라색의 야생화가 흘러내리듯 피어 있었다.

9시간동안 천신만고의 트레킹 끝에 2천600m고지의 제4캠프에 도착한 대원들은 젖은 옷과 등산화를 말리기 위해 모닥불을 피우며 이런저런 고생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밤 10시. 탐사대가 곤한 몸을 누여 잠을 청할 때쯤 주위 산들도 어둠에 묻혀 평온한 모습으로 잠들어갔다.

16일 아침 모처럼 해맑은 하늘과 녹색의 푸르름으로 빛나는 숲이 탐사대를 맞이 했다. 그런데 그 동안 탐사대가 믿고 따르던 카자흐스탄인 가이드 조칸이 길을 잃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했던가. 하긴 탐사대가 지나온 코스는 가이드 조칸도 어려워했던 오지였으니 오죽했을까.

가이드 조칸 때문에(?) 급경사의 험난한 골짜기와 차디찬 빙하 계곡을 여러차례 건너며 4시간 여 동안 헤맨 끝에 겨우 길을 찾았다. 이 일로 탐사 초반 며칠 동안 탐사대의 선두에서 길 안내를 하며 탐사대와 미운정 고운정을 나눴던 가이드 조칸은 며칠 후 칼카라 베이스 캠프로 돌아갔고 새로운 가이드 옥렉으로 교체되었다.

아무튼 어렵사리 오후 4시40분께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해발 2천930m의 고개 정상에 올라서자 지금까지 회색의 암릉에 가려 모습을 감췄던 '흰 산'들이 만년설의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멀리 구름 사이로 신비경을 자랑하는 중앙 톈산의 만년설을 감상하고, 예정시각을 넘겨 밤 9시께 오르타칵팍강 상류에 자리잡은 캠프5에 도착했다.

17일 초목한계선을 넘나들며 탐사 도중 만난 유목민들의 유르트를 방문했는데 탐사대의 인상을 좋게 보았는지 유목민들이 자신들이 키우던 양 한 마리를 잡아 탐사대를 초청, 융숭하게(?) 대접했다. 만날 때 마다 느끼는 것처럼 유목민들은 착하고 순수했으나 이같은 일은 처음 만난 인연치고는 매우 파격적인 대접이었다.

탐사대는 다시 무거운 몸을 이끌어 초목 한계선인 해발 3천500m를 넘자 마치 달 표면을 걷듯 자갈만이 밟혔다. 턱까지 차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출발한 지 3시간 만에 해발 3천610m 에 위치한 고개정상에 도착하자 해발 6천995m의 중아텐산의 미봉 칸텡그리 북벽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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