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은 왜 전쟁범죄 반성 안하나

일본의 아프간 참전과 총리의 신사참배.교과서 왜곡 등을 보면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도대체 왜 일본은 독일과 달리 그들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반성할 줄 모를까.

2차 세계대전 후 나치즘의 완벽한 청산을 위한 독일인들의 노력에 비해 일본의 경우 인류 최초의 원폭 희생자라는 점만을 애도할 뿐 중국.한국 등 주변국가들에 가한 죄과는 간과하고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작가 겸 정치.문화평론가인 이안 부루마(Ian Buruma)가 전쟁에 대한 일본과 독일의 시각을 비교하면서 일본의 근원적 정서를 꼬집고 있다.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이를 일본의 정서적 바탕에 흐르고 있는 '수치의 문화'에서 찾은 바 있다.

'국화와 칼'이 파악했던 수치의 문화는 일본이 자신들의 죄과를 떳떳히 드러내놓고 반성하기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한 문화적유형을 갖고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안 부루마는 여기에 일면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문화적 특징으로 민족 전체의 성격을 규명하려는 문화본질주의는 비판하는 입장이다.

대신 전쟁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를 일본의 2차대전 경험 자체와 전후 연합국의 점령정책에서 근본원인을 찾고있다.그는 이를 위해 두 나라의 전쟁 기억의 핵심인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 그리고 난징을 직접 답사하며 전범 재판을 비롯한 연합국의 전후 점령책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또한 두 나라의 교과서.박물관.기념관 등에 나타난 과거관을 비교하며, 과거의 망각과 부정에 대항해 과거를 직시하려고노력하는 사람들을 찾아 다닌다. 하버마스.귄터 그라스.파스빈더.마루야마 마사오.오에 겐자부로.구로사와 아키라 등 양국의 무수한 사상가.작가.영화감독 등을 종횡무진으로 다루고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은 양국의 좌우익 정치가.작가.역사가.박물관장.독일의 수용소 생존자.난징학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일본의 퇴역군인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특히 오늘날 종교적 성지가 되다시피한 아우슈비츠.히로시마.난징 방문기에서 저자는모든 종류의 신비화를 거부하고 가능한 한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려고 애쓴다.

이 책은 인터뷰와 예술작품 분석.현장 답사와 자기성찰.르포르타지와 에세이의 독특한 혼합물이다. 또한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를 주제로 한 시.소설.영화.연극.그림.조각 등도 광범위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독보적이다.

일본의 전쟁경험과 문화전반에 대한 깊이있는 해석이 담긴 책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한겨레신문사.정용환 옮김)는 전후 도덕적 수렁에 빠진 오늘의 일본과 일제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대가로 반세기 이상을 허우적대고 있는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적지않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