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농도의 인사-정인열(사회2부)

이의근 경북도지사의 원만한 업무처리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지사의 이번 간부급 인사에서는 원만한 업무처리 솜씨가 지나치게(?) 발휘돼 실망감을 주고 있다. 특히 농수산국장 인선 문제에서다.

이지사는 지난해부터 경북도가 농도(農道)임을 유난히 강조하고 농정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기자에게도 그랬고 농민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러했다.

이지사의 농정을 우선하는 도정 방향에 힘입은 탓인지 도청은 지난해 농정분야에서 잇따라 각종 상을 휩쓸며 도청 각실국 가운데 가장 많은 상사업비를 타낸 것은 물론 관계직원들의 사기도 높았다. 올해 농정예산도 많이 늘렸다.

그러나 농정을 우선시한다는 이지사의 업무 처리와는 달리 4일로 예정된 간부인사에서 지난 1월 전임 국장의 승진 이후 공석이 된 농수산국장 자리를 '농업전문 간부' 대신 '행정직 간부'에게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으로는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막상 인사에서는 다른 방향의 업무 처리가 이뤄지는 것이다. 일반 행정직원들이 국장 자리를 전문직에게 빼앗길 경우 그들의 간부 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며 내부 반발을 한 것이 상당부분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둔 지사로서는 가능하다면 시끄럽지 않은 것이 좋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지사가 개방화 시대 농정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농정의 중요성을 자주 거론하면서도 그런 일들을 맡아 추진할 자리는 아무나 앉혀도 별 상관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버릴수 없다. 중국과 일본이 전문가를 우대하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 어업협상 등 굵직굵직한 농업분야의 국제적인 협상 테이블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완벽한 준비도 없이 비전문가들을 내보냈다가 번번이 실리를 챙기지 못하는 과오를 저질러 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조류에 맞게 대통령도 CEO(최고경영자)대통령으로 선출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정도로 시대 추세는 전문성을 강조한다. 이를 이지사는 모르는지 그렇지 않으면 외면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농정의 중요성은 입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경북도의 인사가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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